[기자수첩] 종근당 장남, 법정에선 ‘흰색’ 밖에선 ‘검정’ 마스크… 집행유예에 더욱 빛난 패션 감각

김진환 기자 2020-11-12 14:10:23
여성의 신체를 촬영해 몰래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아들 이모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의 신체를 촬영해 몰래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아들 이모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 519호 법정은 오랜만에 기자들로 꽉 찼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아들 이모씨의 재판 선고가 있는 날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한(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장한 회장의 아들 이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남달랐다.

본 기자 역시 올해 초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눈여겨보던 케이스라 몇 년만에 법원을 찾아 방청석에 앉았다. 이씨는 범죄 사실 외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신상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방청석이 당일 선고가 있는 피고인들과 언론사 기자, 방척객이 가득 차고 나서야 맨 마지막으로 이씨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각인가? 아마 최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시간에 딱 맞춰 들어온 것 같다.

공교롭게도 기자의 옆자리가 딱 한 자리 비어있었고, 이씨는 기자 옆에 앉았다. 덕분에 지근 거리에서 이씨를 잘 볼수 있었다. 다크네이비의 깔끔한 슈트핏, 단정하게 관리한 두발,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전형적인 훈남 외모였다. 특이했던 점은 지난 마지막 변론기일에 찍힌 사진에는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었는데, 오늘은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들어왔다.

어쨌든 재벌 3세의 아우라가 뿜뿜했다.

이씨는 본인이 호명되자 법정을 향해 90도 폴더인사를 했다. 재벌 3세도 준엄한 법의 심판 앞에선 겸손해지는 것 같았다. 두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씨는 재판관의 질문에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4명의 피해 여성 중 3명이 영상촬영에 동의를 했고, 영상이 너무 적나라하지만, 얼굴을 특정하기는 어렵고 피해자와 모두 원만한 합의를 했으며 피해자들이 계속(?) 재판부에 선처 탄원서를 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예상은 했지만 허탈했다. 박사방, N번방 사건 이후로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은 민감하다. ‘합의동의라는 참작 요건 앞에 칼날이 무뎌졌다.

선고 이후 이씨는 법정을 빠른 속도로 벗어났다. 기자들도 뒤를 이었다. 법정을 나서자마자 이씨의 패션에 변화가 왔다. 방금까지 착용한 흰색 마스크를 벗고 검정색 마스크로 갈아 썼다. 그리고 검정 모자도 푹 눌러썼다. 역시 슈트에는 검정 마스크가 훨씬 잘 어울려 보였다. 역시 재벌 3세의 뛰어난 패션 감각.

판사 앞에서 건방져 보일까 일부러 흰색 마스크로 갈아 썼던 것일까?

재벌 3세의 성범죄 재판에서 남은 것은 집행유예패션감각뿐이다. 하지만 아직 검찰의 항소가 남았다. 게다가 오는 24일에는 이씨의 음주운전 항소심 선고도 있다. 이씨의 음주운전은 벌써 두 번째다.

부디 다음 재판에선 이씨의 마스크 말고 다른 것도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김진환 기자 gbat@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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