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벌써 집행유예만 3번, 구속 면한 효성 조현준 '재벌 양형 법칙’

온라인뉴스 기자 2020-11-26 16:25:42
[스마트에프엔=조성호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실형을, 2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소위 ‘2+3 재벌 양형의 법칙’이 또다시 적용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지난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구속은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비록 1심에서 구속은 면했지만 실형을 받음으로써 그룹 행보에 큰 족쇄가 채워졌다. 하지만 항소심이 일부 유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횡령액 변제를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조 회장이 개인 소유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 고가에 편입시켜 12억의 차익을 실현한 혐의에 대해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아트펀드 편입 당시 미술품들이 편입 당시 시가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회사가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회장이 허위 직원을 등재해 16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액을 모두 변제해 피해가 회복됐고 피해 회사들이 피고인에 대해 처벌불원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횡령 금액이 적다고 할 수 없지만 2002년부터 11년에 걸쳐 횡령한 금액이 회사 규모에 비춰볼 때 아주 많은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11년에 걸쳐 횡령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이를 모두 변재하고 또 회사 규모에 비해 횡령액이 적다고 판단될 경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국민 정서와는 동 떨어졌다는 쓴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물론 효성의 지난해 매출과 조 회장이 받은 급여를 살펴보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효성의 한 해 매출규모가 수 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효성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효성은 연결기준 매출은 3조3374억원, 영업이익은 2368억원을 올렸다. 자본금은 1053억55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조 회장은 총 45억17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 31억8300만원, 상여금은 13억3300만원이다.

연매출 3조원 규모의 회사 입장에서 보면 조 회장이 횡령한 16억원의 금액은 0.1%도 안 되는 소위 ‘껌값’에도 지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를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조 회장이 이러한 횡령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2년 조 회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의 돈 10억여 원을 횡령해 개인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2008년~2013년 효성 법인카드로 개인 물품을 구입해 1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지만 2016년 또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검찰은 지난달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재범 우려가 있다”며 조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또다시 집행유예라는, ‘재벌 양형의 법칙’을 고수하고 말았다. 집행유예를 3번이나 받아낸 것은 분명 '운'이 아닌 '기술'에 가깝다.

이처럼 사법부의 재벌 봐주기식 판결이 계속되면서 ‘유전무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피해를 충분히 변재하면 실형을 피할 수 있다는 그릇된 선례를 또 다시 남기게 됐다.

이날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선 직후 조 회장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지인의 “수고하셨다”는 격려에 손수 악수를 청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출석 당시 긴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조성호 기자 chosh7504​​@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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