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전하나시티즌이 NC다이노스에게서 배울 점

길게 바라본 투자가 필요하다
정우성 기자 2020-11-27 13:03:16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4-2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4-2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NC소프트 김택진은 야구 덕후다. 그가 프로야구에 아홉번째 구단을 창단한다고 했을 때 "사업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을 벌인다"는 비판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연고지가 근처인 롯데자이언츠는 "리그의 수준이 떨어진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돈 많은 부자들이 흔히 하는 '딴 짓'쯤으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김택진 구단주는 묵묵히 후원을 계속했다. 결국 창단 10년을 맞은 올해, NC다이노스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NC의 창단을 비웃던 롯데와 비교는 그동안 쌓아온 성적표가 말해준다.

NC의 성공 비결은 적절하고도 과감한 투자다.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박석민의 영입이 대표적이다. 2018년 팀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125억원을 투자해 양의지를 데려왔다.

우승 소감을 묻자 떨어진 김 구단주의 눈물에는 이 10년의 세월이 담겨있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양의지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기업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 모형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양의지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기업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 모형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축구리그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2부 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을 인수한 것이다. 대전시티즌은 오랫동안 기업 스폰서가 없는 시민구단으로 운영해왔다.

김정태 회장이 축구 팬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든든한 구단주가 생긴 만큼 과감한 투자도 했다. 올해 축구단에 투자한 금액만 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나시티즌은 결국 1부 리그 도전에 실패했다. 초대 감독으로 영입한 황선홍은 중간에 사퇴하고 팀을 떠났다. 선수단 관리가 안 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팀 경기력과 사기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하나 측 관계자는 "축구단이라도 1부 리그에 진출했다면 직원들 사기가 상당히 올라갔을 텐데 참 아쉽다"면서 "창단 첫해 타 구단에 비해 본격적인 선수영입작업이 뒤늦게 시작됐다. 내년에는 대전시민 여러분들께 자부심을 안겨드리는 구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1부 리그도 가지 못한 구단에 계속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끝이다. 연임은 없다고 단언한 김정태 회장은 다음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거론되기도 한다.

권오갑 총재의 임기가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시티즌 외에도 K리그에 많은 후원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준플레이오프' 경남FC와 대전하나시티즌 경기. 양팀 선수가 볼다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준플레이오프' 경남FC와 대전하나시티즌 경기. 양팀 선수가 볼다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 회장이 떠나도 하나시티즌은 든든한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하나시티즌도 10년 뒤에는 K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

김택진 구단주 같은 오너 경영자와 임기 내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CEO의 차이를 생각하면 의문이 든다.

최근 하나시티즌은 지역 사회와도 풀어야할 문제가 생겼다. 이종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대전 월드컵경기장 운영권한 등을 하나시티즌에 넘긴 과정에서 특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경기장 부대시설은 하나금융축구단이 가져가고, 시설유지에 투입되는 예산은 시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대전시 금고가 하나은행인 점도 거론됐다.

NC다이노스도 과거 구장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창원시는 NC다이노스 창단 당시 1200억원을 들여 새 구장을 건립하고 사용료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NC가 연고지로 창원을 택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던 창원시가 창단 이후 입장을 바꿨다. NC는 결국 창원NC파크의 이용료로 25년간 330억원 이상을 내게됐다. 이 역시 10년이나 협상을 벌인 결과다.

단순히 계산기만 두드린다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역을 연고지로 옮기면 된다. 하지만 팬이 없는 팀은 의미가 없다. 연고지 주민들은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다. 수십년 째 '리니지'만 하는 골수 팬의 힘을 김 구단주는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 본사를 창원으로 옮기라는 황당한 지역 정치인의 요구나, 차라리 연고지를 옮기자는 팬들의 청원도 있었다. 하지만 오너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NC가 있을 수 있었다. NC는 아마추어 야구 지원이나 지역 마케팅 등 가장 많은 지역사회 공헌과 투자를 하는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시티즌의 구단주인 하나금융그룹도 그 같은 미래를 본 전략적인 투자로 영화 '머니볼' 같은 스포츠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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