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최대 걸림돌 'EU' 넘을까

박지성 기자 2022-02-10 13:16:04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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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6부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큰 걸림돌이 남아 있어 최종 결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터키,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최근 싱가포르까지 결합 승인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도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해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제외하면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 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국만 남았다. 영국과 호주는 신고가 필수는 아니지만 향후 당국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신고한 임의신고 국가이며, 미국, EU, 일본, 중국은 기업 결합을 반드시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신고 국가다.

국내를 포함해 모든 국가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최종 성사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의 가장 큰 변수는 'EU'로 꼽힌다. EU는 항공업계의 기업결합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EU는 두차례 항공업계 합병을 무산시킨 이력도 있다.

캐나다 국내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 항공사인 에어트랜샛의 기업결합에도 EU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U는 캐나다 항공사의 합병이 유럽과 캐나다 간 항공편의 경쟁성을 감소시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인상 가능에 우려했다. EU는 두 항공사의 유럽-캐나다 중복 노선이 30여 개에 달하기 때문에 합병 이후 독과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추가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어캐나다는 EU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 조치를 할 경우 자사의 국제적 경쟁력이 손상될 수 있다며 EU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기업결합이 무산됐다.

또한 EU는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기업결합도 무산시켰다.

EU가 기업결합을 무산시킨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항공업계 내 경쟁을 침해하고 독과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심사했다는 점이다.

EU는 최근 국내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불승인했다. 이유는 양사가 LNG선 시장을 독점하고 기술력 또한 독보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대한항공 역시 독과점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도 EU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공정위가 독과점 우려가 되는 일부 노선의 슬롯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조건으로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도한 조건이 붙을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경우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슬롯을 배분하는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근접 국가에서 거대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에 대해서도 견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EU가 지난해 두차례 항공 업계 무산시킨 것과는 다른 사례”라며 “에어케나다와 IAG는 유럽 노선이 워낙 많은데 대한항공은 많은 편도 아니며 동남아나 모스크바 경유 노선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항공은 EU의 심사에 대해 서류 제공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고 EU의 판단을 믿고 있다”며 “EU를 포함해 기업 결합 승인이 남은 국가에 대해 큰 걸림돌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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