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선임에 '반대' 목소리…주총 앞둔 상장사들 '난감'

정우성 기자 2022-03-14 14:05:38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을 분석하면서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할 의견을 제시하는 곳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이들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pixabay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을 분석하면서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할 의견을 제시하는 곳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이들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pixabay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적극적으로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주주행동주의가 떠오르면서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내는 목소리에 소액 주주들이 따라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 행사를 권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ISS는 허윤, 이정원, 양동훈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안에도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을 분석하면서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할 의견을 제시하는 곳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이들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함 후보자는 채용관련 사건과 파생결합상품(DLF)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 이유로 꼽힌다. 채용방해로 1심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아직 3심까지 남았다.

사외이사들은 하나금융지주의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로 함 회장 후보를 추천한 것이 반대를 권고한 이유가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67.53%에 달한다. 최대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 9.94%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다. 이들이 ISS의 의견을 따르느냐가 함 회장 선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하나금융
ISS는 KB금융그룹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노조 입장에서는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노조는 앞서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의견을 제안한 상태다. 노조는 해외투자 전문가인 김 전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KB금융의 해외사업 부문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ISS는 이에 대해 "노조의 주장이 KB금융의 해외사업이 취약하다는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면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해외주주 비율이 높은 KB금융의 특성상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주총회일까지 주주 설득 작업에 더욱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B금융도 국민연금이 작년 9월 말 기준 9.7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69.38%로 높다. ISS의 영향력이 표결 결과에 크게 나타날 수 있다.

KB금융
KB금융
이들 기업을 비롯해 국내 기업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도 과거에 비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주주대표소송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DS부문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키로 했다.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한다.

이는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다. 경계현·박학규 후보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김한조·김종훈 후보는 당해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화학에 대해 이창재 전 법무장관 직무대행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이 후보는 회사와 이해관계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8.53%(지난해 12월 말 기준)을 가진 주요 주주다. 최대주주 등 지분율은 21.14%다. 블랙록 자산운용(5.03%) 등 기관 투자자들과 소액 주주들의 결정이 중요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의 사외이사 선임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김준성 후보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초까지 삼성전자의 계열회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 전무)로 재직한 바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훈 후보는 사외이사이자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유지의 적정성 등 지배구조정책에 대한 감독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구소는 또 삼성전기에 대해서는 이윤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이 후보가 속한 김앤장은 삼성그룹에서 상당수 법률 자문과 법률 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회사의 법률 대리를 하는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사외이사로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사내 급식 일감을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가 김앤장을 선임해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연구소는 사람인에이치알 주총 안건 중 김익래 다우데이타 대표이사의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 박상조 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신규 선임 안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정우성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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