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사회 파고드는 벤처캐피털 심사역들…미국식 지배구조 자리 잡나?

정우성 기자 2022-04-04 16:20:52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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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벤처캐피털(VC) 심사역들이 투자 기업 이사회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사회가 VC 위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창업자가 주도권을 쥐던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화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루닛은 30일 제9기 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전문 벤처캐피탈 헬스퀘스트(HealthQuest Capital)의 설립자 갈헹 콩(Garheng Kong)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루닛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갈헹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스탠포드대와 듀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제약사 GSK와 헬스케어 전문 벤처투자사 등에서 근무한 후 지난 2012년 헬스퀘스트를 설립했다.

갈헹 매니징 파트너는 의사과학자(MD-PhD)이자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투자 전문가로, 루닛이 글로벌 시장을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주총을 기점으로 기존 4명이던 사내이사는 백승욱 의장, 서범석 대표 2명으로 축소됐다. 이로써 루닛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갈헹 기타비상무이사, 지난해 9월 사외이사로 선임한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등 총 4명으로 개편됐으며 경영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이사회 구성을 위해 외부 이사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루닛은 이사회 참관인(Observer) 제도를 적극 추진해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사회 참관인 제도는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사가 보유하는 의결권 등 권리와 의무는 부여하지 않는 제도로, 루닛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 헬미 엘투키(Helmy Eltoukhy) 공동대표와 벤처투자사 타이번 자산관리(Tybourne Capital Management) 보선 하우(Bosun Hau) 상무를 참관인으로 선임하고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루닛은 또 주총을 통해 보상위원회 및 사외이사 후보추천 위원회를 설치하고 추후 이사회에서 위원장을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은 "국내 헬스케어 기업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밝은 해외 전문가를 기타비상무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를 통해 루닛의 글로벌 전문성이 한층 더 강화된 만큼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VC 출신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왔다.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성진 힐하우스캐피탈 심사역, 티엔티엔흐어 세콰이어 차이나 부사장 등이 컬리 이사를 역임했다.

이들은 모두 컬리의 주요 주주인 VC 출신이다. 다만 올해 2월 이들 사외이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로 교체한 상태다. 상장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 신임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장·증권담당 부원장보,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석호 사외이사는 공정위에서는 대변인과 카르텔조사국장·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기업거래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미국의 경우 투자를 유치하면서 벤처캐피털 지분이 과반수를 넘어서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 경우 창업자는 지분율 축소와 함께 경영권을 잃지 않기 위해 ‘차등 의결권’을 확보한다. 또한 이사회 역시 투자 유치와 함께 대부분 투자를 유치한 벤처캐피털 출신 사외이사들로 채워진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서는 투자 전문가와 업계 경력자들의 경영 참여를 통해 숙련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우성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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