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의 입시컨설팅] (64) 신학기 점검사항
2023-01-30
단, 이러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정부의 정책 기조를 지원하기 위한 선심성 발언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소기업중앙회 창립 기념행사에서 기자들에게 "(투자금액)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 이유가 드러난다.
전세계 경제상황은 인프레이션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바람 앞 촛불' 같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기업이 위태로워 지고,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우선적으로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1060조원의 투자 내용에는 39만명이라는 대규모 채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기업들은 그동안 반기업 성향의 정책에 억눌려 있던 터다. 노사 문제와 각종 규제가 더해져 큰 기업일 수록 기업활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나치게 빡빡한 정부의 정책적 압박이 큰 부담이었다. 대기업들의 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이다. 전세계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와 노사 문제는 발목을 잡아왔다.
통상 새 정부 출범 시기에 기업들, 특히 대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는다. 5년마다 이어지는 의례적인 행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의 말처럼 목숨을 걸고 하는 투자 '단행'이다. 여태껏 이 정도 수준의 투자금액이 나온 적이 없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액이다.
삼성전자가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데 이어, 11개 대기업이 줄줄이 투자 발표를 이어갔다. 지난 26일까지 총 11개 기업의 투자금액은 무려 1060조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 운영 예산인 607조7000억원 보다 1.7배가 높고, 한 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2057조447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까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기업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 두산 등 총 11곳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외 주요기업들도 투자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출범이 투자 적기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고,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선제적 대응법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위기 돌파를 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국의 중국을 견제하면서 전세계 기술 패권을 움켜쥐려는 상황에서 한미간 기술동맹에 확신을 준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 문제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래 전략 산업 부문에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효율적이라는 것이 기업들의 판단인 것이다.
새 정부 역시 그들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에 화답한 기업을 위해 규제완화, 유연한 노동환경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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