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바이오 우선주의' SK바사·삼바·셀트리온 초긴장

바이오업계,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제도화 및 시행되는지 보면서 판단할 것"
황성완 기자 2022-09-14 11:29:33
국내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 연구원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 연구원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산업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을 기반으로 둔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측 주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탁하지 않도록 하고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체화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국내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들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속단할 수 없다고 봤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모더나'를 포함해 여러 미국 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해 공급하고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원액부터 제조하고 있다.

다만 장기 계약이 주를 이루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의 특성, 원액 등을 제조해 결국 다국적제약사에 공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국산 백신중에는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이 없고, 유럽에만 제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제도화되고 시행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3일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해 내부 회의를 열었다. 앞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가 생명공학·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14일 회의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대략적인 윤곽 수준의 발표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책 회의에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미국 제약사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4486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는 전체 매출(1조5680억원)의 28.6%다.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올해 기준 약 217조원(1727억달러)으로 추산된다. 주요 CDMO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의 론자, 독일의 베링거링겔하임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론자를 제외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베링거링겔하임은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0월 4공장 부분 가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천 송도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를 마련해 공장 4개 추가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진출을 꺼린 것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투자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었다.

이러한 상황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정책에 대해 세부적으로 나온 것이 업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주력 제품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3종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부는 현지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도 하지만, 물량이 많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각각 22.6%, 25.4%에 이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이러한 정책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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