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노면 유출수 배수 계획 없는 서부내륙고속도로 14공구

사유지인 농지에 도로 노면수 무단 방류 설계

비점오염저감시설 없어 농지 오염도 우려

농지 훼손·오염 우려에 평택 현덕면 주민 반발···“누굴 위한 도로냐”
배민구 기자 2022-09-27 12:41:54
도로노면 유출수를 별도의 배수로 계획 없이 사유지인 농지로 무단 방류하는 것으로 사공 중인 서부내륙고속도로 제14공구 장수리 마을 공사 현장.(사진=배민구 기자)
도로노면 유출수를 별도의 배수로 계획 없이 사유지인 농지로 무단 방류하는 것으로 사공 중인 서부내륙고속도로 제14공구 장수리 마을 공사 현장.(사진=배민구 기자)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민자사업으로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시행하고 대보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 제14공구 일부 구간에 도로노면 유출수가 배수 계획 없이 사유지인 농지로 무단 방류되도록 설계돼 지역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서부내륙고속도로와 평택호횡단도로가 교차하는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 공사 구간으로 이 지역은 대부분 논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 지역은 경지정리가 안 된 농지가 대부분이어서 배수로가 따로 없고, 토지주들이 자신의 농지 일부를 배수로 부지로 양보해 토사측구를 연결해 이용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해당 공사 구간에는 단 한군데도 배수로 계획이 설계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 주민들과 시공사에 따르면 도로노면 유출수가 별도의 배수로 계획 없이 사유지인 농지로 방류되는 것으로 시공 중이다.

주민들은 공사 중에는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토사와 오염물이 사유지인 농지로 무단 방류되고 있으며 완공 후에는 도로노면 유출수로 농지가 훼손되고 오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A씨는 “지난 여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빗물이 무단으로 방류돼 피해를 입었다”면서 “도로가 개통되고 나도 사유지인 농지로 허락도 없이 방류하려 한다. 누구를 위한 도로며 도로공사로 덕 볼 사람 따로 있고 피해 볼 사람 따로 있다는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설계부터 잘 못된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에게는 국책사업이라 감수하라는 식의 논리는 어느 나라 법이냐”며 성토했다.

비점오염으로 인한 농지 오염도 대두됐다.

시공사 측에 따르면 현재 14공구 도로 설계에는 3곳의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 지역은 설치 대상지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면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은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과 엔진 연소 시 발생하는 중금속은 물론 미세 타이어 조각 등으로 강우 시 초기 도로노면 유출수의 경우 오염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로노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강우 시작과 동시에 다량으로 유출돼 오염물질 유출 부하량을 집중시키는 특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각별한 대비책을 모색하는 이유이자 이 지역 농민들이 토양 오염을 우려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도로노면 유출수의 유량도 문제로 제기됐다.

시공사 측은 설계 시 예측된 자료에 따르면 도로시설 전과 후를 비교할 때 유역면적이 늘지 않는다며 농지로 유입되는 빗물 유량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주장은 이와 상이하다.

지역 주민의 주장에 따르면 이 지역은 농촌지역으로 도심지역과 다르게 대부분 투수지역이다. 비가 오면 일부는 토지로 스며들고 일부는 논 사이 토사측구와 배수로를 통해 평택항으로 나간다. 그런데 도로 위에 내린 빗물은 불투수 구역으로 그대로 도로 배수관을 통해 농지로 흘러나간다. 당연히 불투수 구역인 도로에서 모아진 다량의 빗물이 기존 배수로로 집중될 것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시공사인 대보건설 측 관계자는 “이 지역은 경지정리가 안 돼 있고 절대농지인 데다 개발행위가 이뤄질 수 없는 곳이어서 기존 배수로가 있는 곳은 배수로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토사측구를 정비해서 노면수가 원활히 배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건설 현장에서 운영 중인 침사지 관리를 더 철저히 해 주민들에게 피해가 안가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비점오염저감시설을 꼭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검사를 통해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치하겠지만 저감시설을 따로 두지 않더라도 배수구 주변에 침전조를 설치해서 물만 흘러 갈 수 있도록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내륙고속도로(평택~부여~익산) 제14공구 공사는 현덕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포승분기점을 잇는 본선구간과 현덕분기점에서 국도 43호선 안중나들목을 잇는 지선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며 대보건설이 50% 동원건설산업과 대명건설이 각 25%씩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배민구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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