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3천만원대 전기SUV로 中시장 공략...가격·정치 리스크 넘어라

현대차 OE·기아 OV 내년 중국서 생산 및 출시...'정치 리스크'는 고민
박지성 기자 2022-09-29 09:56:10
[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그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 SUV 차량으로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BYD(비야디) 자동차 등 자국 브랜드가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인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 8월 중국 시장 전략 차종인 준중형급 전기 SUV를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OE', 기아는 'OV'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드 배치 여파에 '반한 감정'...현대·기아 판매량 급감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100만대 이상 판매했다. 지난 2016년 현대차 114만대, 기아 65만대를 판매하며 최고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심해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합작사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현지 시장에서 38만5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23%(50만2000대) 감소했다. 기아도 15만대를 겨우 넘겼다. 기아의 중국 3자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량은 15만2000대로, 전년 대비 39%(24만9000대) 줄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1.7%, 기아 0.6%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아울러 중국 토종 브랜드 입지가 커지면서 품질이 크게 높아진 것도 판매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보다 20~30% 정도 가격이 비싼 현대차나 기아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것이다.

中서 생산 OE·OV...CATL배터리 탑재 등 '가성비' 전략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전략으로 다시 한번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등의 키는 친환경차, 즉 전기차다.

내년 출시 될 예정인 현대차 OE와 기아 OV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차량은 내연기관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식이 아니라 중국 시장을 위해 별도 개발하는 순수전기차로 가격이 높은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는 CATL사의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또한 합리적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중국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가격은 중국 자국 브랜드 가격보다 당연히 비싸게 책정됐었다. 하지만 향후 출시될 중국 전략형 전기차는 약 20만위안(한화 약 3600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현대차그룹의 파격적인 가격 책정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확실한 전기차 경쟁력을 알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국 BYD의 전기자동차
중국 BYD의 전기자동차
전기차 최대 격전지, 중국 시장 잡아라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300만 대를 넘어 올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5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핵심 시장이다.

아울러 중국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서 대중화 단계로 돌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차를 팔려면 친환경차를 일정비율로 의무 판매를 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조항을 이용해 전기차를 투입해 다른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전동화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시장은 워낙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포기 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자국 브랜드도 전기차 기술이 수준급으로 오른 상태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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