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2)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 ① K-LCC의 Mono Class

김효정 기자 2022-12-03 06:40: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동남아시아의 에어아시아가 공통적으로 운용한 항공비즈니스 LCC와 우리나라 항공사업에서 변형 발전한 K-LCC는 어떻게 다를까.

K-LCC는 설립초기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베끼는데 급급했지만 우리나라 항공소비자와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경험을 통해 해외 LCC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항공사로 탈바꿈했다. 따라서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이지젯, 에어아시아 등 성공한 해외 LCC들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LCC’라 할 수 있다. 그리고 K-LCC는 이들 오리지널 LCC와는 많이 다르다.

성공한 해외 오리지널 LCC의 보편적인 개념은 탑승, 안전수칙 설명, 기내 안내방송 등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대신 여러가지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운항비용을 대폭 절감함으로써 저렴한 운임을 제시해 승객을 유치하는 항공사를 말한다.

그리고 LCC의 ‘혁신적인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① Mono class(단일등급제) ② Single aircraft type(기종 단일화) ③ 단일구조 요금체계 ④ 선착순 탑승 ⑤ 단거리 운항 및 Point to Point 노선 전략 ⑥ Turnaround time ⑦ Multitasking ⑧ 항공권의 직접판매 방식 ⑨ No frill service ⑩ 독특한 방식의 홍보 광고 전략 등 10가지가 있다.

이 같은 LCC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 10가지는 대체로 미국과 유럽 기반의 성공한 LCC 사례들이다. 전 세계에서 태동한 LCC들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하고 모델로 삼았다. 이후 비용구조 및 요금이 더 낮은 LCC가 유럽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존 LCC 대비 운임이 더 낮은 LCC를 수십년이 흐른 후 U-LCC(Ultra-Low Cost Carrier)라는 닉네임을 붙이기도 했다.

K-LCC 역시 2005년 이후 설립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무작정 벤치마킹하려 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국의 항공소비자는 미국의 항공소비자와는 많이 달랐다. 심지어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의 항공소비자와도 많이 달랐다.

한국의 항공소비자는 LCC와 기존항공사를 편리한 대로 해석했다. LCC를 타면서 FSC의 풀서비스에서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자신의 권리를 적극 주장했다. 이 때문에 K-LCC들은 설립 초에는 항공소비자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거센 저항을 받았으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기에 와서 해외 LCC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게 되었다. K-LCC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우스웨스트항공 모델과 일부는 벤치마킹되어 LCC의 전통적인 모델과 유사하지만, 일부는 전혀 다르게 변화되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벤치마킹에서 시작된 K-LCC는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K-LCC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해외 LCC의 비즈니스 모델 특징 가운데 첫 항목인 Mono Class 즉 단일등급 좌석부터 K-LCC는 다른 모습이다.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이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등 1등석부터 3등석까지 세 종류의 좌석을 배치하는 것에서 LCC는 이코노미석(3등석)의 단일등급제(Mono class)를 운용한다. 세 종류의 좌석 등급이거나 퍼스트클래스를 뺀 나머지 두 종류의 좌석 등급을 배치하는 것과 비교할 때 LCC의 Mono class는 약 20~25%의 좌석을 더 배치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좌석당 운항비용이 그만큼 절감된다.

또한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는 객실승무원을 클래스에 맞게 세 종류의 인원을 투입하다 보니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항공사는 항공법에 따라 좌석수를 기준으로 50석마다 1명의 객실승무원을 두게 되어 있다. 여기서 객실승무원의 역할은 대고객서비스 측면이라기보다는 항공안전을 담당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좌석수가 1~50석까지는 1명을 두지만 51석~100석까지는 2명을 투입해야 하는 방식이다.

LCC는 단일등급 좌석, 즉 이코노미석만 운용하기 때문에 법적 기준에 충족하는 객실승무원만 배치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부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K-LCC의 항공기는 151~200석 사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K-LCC들은 항공편마다 4명의 객실승무원이 투입되고 있다.

단일등급 좌석은 K-LCC 설립 초기에는 모든 항공사가 이 같은 LCC 비즈니스 모델을 착실하게 이행했지만, 2020년 이후 Mono Class 체계가 깨지고 있다. K-LCC의 최장거리 노선이 싱가포르로 확대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전에는 승객들의 좌석에 대한 불평불만을 견디며 유지시켜 왔지만 장거리 노선을 준비하면서 결국 승객의 요구에 맞춰 LCC 비즈니스 모델 특징 가운데 첫 항목인 Mono Class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노선의 탑승시간은 약 7시간 정도 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기존항공사의 몫이었지만 K-LCC가 취항하게 되면서 더 이상 한국 소비자의 불평불만을 무시하기에는 힘들게 됐다. 기존항공사의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편의를 제공하지만, 요금을 낮게 책정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부산~싱가포르 노선에서 뉴클래스(New Class) 좌석을 선보였다. 현재 76~78㎝ 정도인 앞뒤 좌석간격을 104㎝로 대폭 늘린 12석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일반석 189개를 운영하던 B737-800 항공기에 뉴클래스를 도입하면 전체좌석이 174개로 줄어든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3개씩 배치했던 좌석이 2개씩으로 줄어든다.

전 세계 LCC들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의 좌석 간 거리는 대동소이하다. 다리가 동양인보다 상대적으로 긴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좌석 간 거리에 대해 큰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운임을 덜 지불했기에 따르는 당연한 불편함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은 ‘운임은 운임이고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라는 신념이 강하다. 그래서 K-LCC를 이용한 동남아 노선을 경험해 본 탑승객들은 SNS와 블로그에 수없이 많이 올린 탑승 경험담에서 빠지지 않고 좌석 간격에 대한 불만을 소개했다. 좁은 좌석 간격과 내 다리가 이렇게 불편하다는 장면을 꼭 보여주었다.

결국 K-LCC들도 비교적 탑승거리가 긴 노선에서 세미 수준의 비즈니스석을 도입하기로 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국내선에서조차 비즈니스석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항공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좌석 고급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2021년 6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장기불황과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맞춰 K-LCC 최초로 국내선에서 비즈니스석을 도입했다. 제주항공의 비즈니스석은 ‘비즈니스 라이트(Biz-Lite) 좌석’이라 했는데 이를 줄여서 ‘비즈라이트 좌석’으로 불렀다. 비즈라이트 좌석은 항공기 복도를 중심으로 3×3 형태의 기존 좌석배열을 2×2 형태로 재배치한 것으로 그만큼 좌석 간격이 넓어지는 효과를 꾀한 비즈니스 상품이었다.

제주항공의 이 같은 비즈라이트 좌석 도입은 K-LCC 업계에서는 최초였다. 초기에는 비즈니스석을 김포~제주 노선에서 하루 8편(총 96석) 운항했는데,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 등을 제외한 편도운임이 6만~15만원 수준이었다. 일반 이코노미석 가격이 당시 1만원대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다른 항공사들도 속속 비즈니스석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진에어는 2021년 12월24일부터 김포~제주, 김포~부산 노선에서 비즈니스석을 갖춘 B737-900 기종 1대를 투입했다. 진에어의 비즈니스석 이름은 '지니 비즈(JINI BIZ)'라 불렀다. '지니 비즈'석을 포함해 총 188석 규모의 B737-900 기종 항공기는 복도를 중심으로 2×2 형태로 총 8석이 배치됐다. 좌석 간격도 40인치로 일반석 대비 더 넓었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중대형 항공기 A330-300을 도입하면서 김포~제주 노선에서 비즈니스석을 운영했다. 김포~제주 노선에서 A330-300을 투입해 한 번에 총 12석의 비즈니스석을 공급했다.


이 같은 K-LCC들의 국내선 비즈니스석 도입에 따라 기존 FSC조차 한동안 도입하지 않았던 국내선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을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021년 11월부터 국내선에 매일 540석 규모의 비즈니스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3년 국내선 비즈니스석을 없앤 지 18년 만이었다.

K-LCC의 비즈니스석은 기존항공사의 일반석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싼 금액대를 형성했는데도 탑승률이 높아 항공사의 수익 개선에 일부 도움이 되었다. 1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비즈니스석은 이코노미석과 달리 할인이 거의 없었다. 1만원 할인항공권을 14명에게 팔아야 얻는 수익을 비즈니스석으로는 한번에 거둘 수 있는 셈이었다. 비즈니스석은 출장 등 고정수요가 유지돼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좌석수 규모가 워낙 적어 의미 있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 세계 LCC 비즈니스 모델의 첫번째 요건인 Mono Class 체계가 K-LCC에서는 이처럼 변질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K-LCC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제주항공이 2021년 6월부터 김포~제주 노선에서 운영을 시작한 ‘비즈라이트’ 좌석의 주고객층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진 30~40대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해외여행의 반대수요가 국내여행으로 옮겨오면서 국내선에서조차 쾌적하고 안락한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30~40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여진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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