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3)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②K-LCC의 Single Aircraft Type(기종 단일화)

김효정 기자 2022-12-07 06:45: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LCC의 두 번째 주요 특징은 Single Aircraft Type 즉 항공기 기종의 단일화이다. 전 세계의 오리지널 LCC들은 120~190석 규모의 A320(A318, A319)이나 B737 family 등의 항공기 기종을 선호한다. 운용하는 항공기 기종을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예비부품 비용과 정비비용을 약 15~20% 절감하고, 이에 따른 교육훈련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기종의 항공기를 보유해 작업표준화가 쉽게 이루어져 항공기 도착 후 출발까지의 준비시간(Turnaround time)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LCC 입장에서 항공기의 기종을 단일화하면 여러모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단, 기종이 한 가지라면 항공기 구입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어느 항공사든 비용과 투자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액수가 투입되는 항목은 항공기 도입비용이다. 구매를 하든 리스를 하든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역사가 오래되고 성공한 LCC의 대표주자일수록 한 가지 기종을 고집한다. 전 세계 LCC의 효시이자 대표주자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B737-700 기종 493대, B737-800 기종 207대, B737 MAX 8 34대 등 B737 기종 만으로 734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B737 MAX 7 30대와 B737 MAX 8 246대 등 B737 MAX 기종 276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에어아시아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들 LCC는 항공기를 한 번 주문할 때 최소 수십 대에서 최대 수백 대를 한꺼번에 주문한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요 항공기 제작사를 상대로 큰손의 고객이 됨으로써 항공기 구매비용을 대폭 절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계약내용을 비밀로 하고 있지만 절감되는 항공기 구매비용은 거의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정비비용이 특히 많이 들어가는데 항공기 기종이 한 가지이면 예비부품 비용부터 대폭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어느 항공사가 A기종 10대와 B기종 1대를 운용하고 있다면, A기종의 부품을 100억원어치 준비해야 한다면, B기종의 부품은 10억원어치만 준비해두면 될까? 그건 아니다. B기종의 부품 역시 A기종만큼은 아니어도 엇비슷한 수준의 부품을 준비해 두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기종 단일화가 어느 만큼의 정비비용을 절감하는지에 대한 산술적인 통계치가 나오기 어렵겠지만 업계에서는 15~20% 수준의 정비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항공기 기종별로 조종사,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의 법적 교육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따른 교육훈련비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기종이 단일화되어 있으면 모든 오퍼레이션 부서의 종사자가 한 가지 기종의 훈련만 이수하면 된다. 만약 두 가지 기종이라면 직원들을 기종별로 나누어 교육을 받게 하거나, 한 사람이 두 가지 기종의 교육훈련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교육훈련비 절감이 상당하다.

또한 정비사들의 작업 표준화에 기여하는 비용도 상당한 규모이다. 한 기종의 항공기만 보유함으로 인한 작업표준화가 이루어져 항공기 도착 후 출발까지의 준비시간(turnaround time)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기종만 운용한다면 항공사가 취항하는 국내 및 해외의 모든 공항에 해당 기종의 정비사만 두면 된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기종을 운용한다면 모든 공항에 두 가지 이상의 항공기에 맞는 자격을 갖춘 정비사를 두거나, 아니면 공항별로 자격을 소지한 외부 정비회사에 의뢰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많은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LCC들은 운항승무원 확보가 쉽고 정시운항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120~190석 규모의 A320이나 B737 기종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 K-LCC들은 이 같은 LCC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대형기 도입을 통해 2가지 이상의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진에어가 기종 단일화를 깨고 대형기 5대를 운용하고 있다. 진에어는 2021년 12월 기준으로 B737-800 19대와 B737-900 1대, B737 MAX 8 1대 외에도 B777-200ER 5대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는 대한항공에서 3ⅹ3ⅹ3 배열로 운항되었으나, 진에어로 넘어오면서 좌석이 3ⅹ4ⅹ3 배열로 변경되어 좌석수가 248석에서 393석으로 늘어났다.


또 티웨이항공은 27대의 B737-800 기종으로 단일화하고 있었으나, 2022년 2월 대형기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2월24일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A330-300 1호기 도입행사를 가졌다. A330-300 1호기는 김포~제주 노선에 우선 투입되고 추후 중장거리 국제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2대를 더 들여와 3대를 보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A330-300에는 비즈니스클래스 12석, 이코노미클래스 335석 총 347석의 좌석이 설치됐다. 비즈니스클래스는 좌석간격이 59인치이며, 이코노미클래스의 좌석간격도 기존항공사 수준인 32인치이며, 좌석마다 개인용 전자기기 거치대와 USB 충전포트를 장착했다.

전 세계 LCC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기종 단일화가 K-LCC들에게서는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K-LCC들의 LCC와 사뭇 다른 행태가 과연 성공적일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역사가 더 흘러보아야 알 수 있을 듯하다. K-LCC들의 과감한 도전과 모험의 역사가 그래서 흥미롭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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