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4)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③K-LCC의 단일구조 요금체계와 선착순 탑승

김효정 기자 2022-12-10 06:50: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기존항공사들이 사용하는 복잡한 요금체계를 편성하는 방식이 아닌 LCC들은 획일적인 단일구조의 요금을 받음으로써 항공권 판매부서의 인원을 획기적으로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는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세 종류의 클래스마다 별도의 요금체계를 부과해야 하는 반면에 LCC는 Mono Class를 통한 단일구조의 운임을 부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K-LCC들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기존항공사 만큼이나 요금체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고 단일구조 요금체계라는 LCC의 고유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해외 LCC들에게서도 변질된 상태이다.

제주항공은 2018년 4월2일부터 국내선 운임체계를 일부 변경하기 시작했다. 선택적 운임제도인 페어패밀리(fare family)를 도입해 짐이 없는 승객은 기존운임에서 3000원이 할인되는 방식으로, 승객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각각의 묶음으로 설계해 제공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항공권 구매까지 적용된 것이다.

페어패밀리는 이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에어아시아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운임체계이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특가운임, 할인운임, 정규운임 등 3가지 단계로 구분했던 국내선 운임체계를 페어패밀리 제도와 접목시켜 베이스(위탁수하물 없음), 밸류(과거 정규운임 서비스, 위탁수하물 15kg이내 무료), 프리미엄(위탁수하물 5kg 추가 및 기타 추가서비스 제공) 단계로 변경했다. 가장 큰 변화는 위탁수하물 유무와 상관없이 같은 운임을 내던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탁수하물이 없는 승객은 기준이 되는 밸류운임(기존운임)에서 3000원이 할인된 베이스운임으로 항공권을 구입하면 된다. 또 기존에는 위탁수하물 5kg 추가시 1만원을 더 부담해야 했던 승객은 아예 예약단계에서 1만원 추가되는 프리미엄운임을 선택하면 위탁수하물을 5kg 추가된 20kg까지 허용하고 이와 더불어 출발당일 여정변경수수료 1회 면제, 좌석지정서비스, 수하물이 타 승객보다 먼저 나오는 우선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

이후 제주항공은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에서도 수하물 등 서비스 선택에 따라 운임을 차등화하는 '페어패밀리' 요금제를 2019년 4월30일부터 도입했다. 이 요금제는 크게 △플라이(FLY·위탁수하물 없음) △플라이백(FlyBag·위탁수하물 15㎏ 무료) △플라이백플러스(FLYBAG+·위탁수하물 20㎏ 무료 및 추가서비스) 등 3가지로 구성됐다. 위탁수하물이 없는 승객은 기존운임보다 최대 1만5000원이 저렴한 티켓 구입이 가능하다. 기존 정규운임 체계에서 위탁수하물 5㎏을 추가하려면 3만원을 더 내야 했지만, 플라이백플러스 티켓을 구입하면 최대 2만1000원 더 운임을 지불하고 20㎏까지 수하물 허용에 여정변경수수료 면제, 우선탑승서비스, 기내 웰컴스낵 등 추가혜택을 받는다. 페어패밀리 운임은 지역별로도 편차가 있다. 1존(ZONE)은 국내선, 2존은 일본·중국 산둥성 지역 등 근거리, 3존은 홍콩, 마카오 등 중국지역, 4존은 동남아·대양주 등이다.

또한 선착순 탑승 제도는 LCC의 대표적인 고유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이다. 항공기 탑승시 좌석번호를 지정하지 않고 승객들 스스로 좌석을 정해서 앉게 함으로써 승객의 탑승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정좌석제 없이 선착순 좌석제를 도입해 승객들의 탑승시간을 15분 내에 완료하도록 했다. 공항 카운터에서도 항공권에 좌석구간만 지정해주면 돼 발권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에도 효과적이다. 결과적으로 탑승객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미리 줄을 서서 들어가기 때문에 탑승시간이 줄어든다. 승객들의 탑승시간이 빨라지면 항공편 지연횟수가 줄어들어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나가 현지 국가의 LCC 탑승시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항공권에 좌석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탑승시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를 받으면 좌석번호가 없다. AㆍBㆍC라는 알파벳만 적혀 있다. "왜 좌석번호가 없느냐"고 물으면 "해당 줄에 서서 기다리면 된다"는 답이 돌아온다. 게이트에 가면 AㆍBㆍC라는 안내판이 있고, 승객들은 그 아래에서 보딩패스에 적혀 있는 대로 줄을 선다. A줄에 선 승객이 먼저 입장하고 BㆍC 순서이다. 먼저 탑승한 사람이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지정좌석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이처럼 LCC의 대표적 특징인 선착순 탑승제를 K-LCC들은 대부분 외면했고, 유일하게 진에어만 도입했다. 좌석번호 없이 구역만 정한 뒤 기내에서 각 존에 위치한 좌석 중 먼저 타는 사람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국내선에서만 운용한 이 제도는 비행기 좌석을 세 부분으로 나눈 존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탑승객들은 선착순으로 자신이 앉을 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다.

공항 카운터에서도 항공권에 구간만 지정해 주면 돼 발권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에도 효과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탑승객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미리 줄을 서서 들어가기 때문에 탑승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컸다. 승객들의 탑승시간이 빨라지면 항공편 지연횟수가 줄어들어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진에어가 선착순 존 좌석제를 도입한 것은 탑승수속시간을 줄여 항공기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우리나라 승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특히 다른 K-LCC들은 선착순 탑승제를 하지 않는데 유독 진에어만 시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가족이 연속된 옆자리를 못 찾아 떨어져 앉는 경우가 생겼다. 물론 최우선순서는 추가요금을 지불한 우선탑승신청자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진에어의 좌석지정 없는 존별 선착순 탑승제도는 2014년 8월1일부터 폐지되었다. 고객불만 때문에 LCC의 고유 모델을 포기한 것이지만 진에어는 운영시스템을 단순화하기 위해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LCC의 고유 비즈니스 모델인 선착순 탑승 제도를 K-LCC들은 단 한 곳도 시행하는 항공사가 없게 됐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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