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5)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④K-LCC의 단거리 운항 및 Point to Point 노선 전략

김효정 기자 2022-12-14 06:02: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이 취한 노선전략은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였던 데 반해 LCC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로 주로 단거리 운항에 가급적 많은 항공노선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기에는 시내에서 가까운 주요공항(Primary Airport)을 벗어나 도심 외곽의 2차공항(Secondary Airport)을 이용한다는 특성이 있다. 기존항공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항은 신규 LCC에게 공항 카운터 제공에 비협조적이었고, 무엇보다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확보가 용이하지 않았던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LCC 항공노선의 핵심전략인 ‘포인트 투 포인트’는 지역과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서 환승 없이 공항과 공항을 직접 연결한다. 단거리 운항 및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인 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기존항공사들이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개 2~4개의 허브공항을 가지고 있던 것과 달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거리 운항 및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 만으로도 여객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권에 오를 만큼 성과를 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력 보유기종인 B737의 항속거리나 수용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포인트 투 포인트 형태의 수송은 일정 수준의 집객을 확보할 수 있는 단거리와 중거리 노선을 개설해 이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수법이었다.

1967년 창립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운항을 개시한 1971년 6월18일 이후 미국 대륙 횡단노선을 개설한 2002년 9월 이전까지 무려 30여년을 ‘2시간 이내를 운항하는 단거리 항공사’라는 운영 철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오면서 국내선 여객수송객수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국제선은 2011년 에어트랜을 인수하면서 에어트랜이 가지고 있던 일부 근거리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K-LCC들은 환승 없이 지역과 지역의 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는 모두 그대로 도입하였지만 일부 항공사들이 단거리 운항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있다.

진에어가 장거리 국제선의 스타트를 끊었다. 2008년 1월23일 창립해서 2008년 4월5일 운항을 개시한지 불과 7년 만인 2015년 12월19일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K-LCC의 장거리노선 시대를 처음 열었다. 호놀룰루(Honolulu)는 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주의 주도이다. 진에어의 호놀룰루 취항은 393석 규모의 중대형 기종인 B777-200ER 항공기를 투입했다. 이 노선에서는 기내식으로 하와이 전통덮밥류인 로코모코 등의 따뜻한 식사를 포함 총 2차례의 식사를 제공하고, 전체 393석 중 48석은 일반석보다 앞뒤 간격이 약 6인치 더 넓은 ‘지니플러스 시트’로 운영하는 등 LCC 모델을 벗어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진에어의 인천~호놀룰루 노선은 불과 1년여 만에 운항이 중단되면서 장거리는 시기상조였다는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진에어의 인천~호놀룰루 노선은 비수기에는 중단했다.

진에어는 두번째 장거리 노선인 인천~케언스 노선에 취항하기도 했다. 케언스(Cairns)는 호주 퀸즐랜드주의 도시로 퀸즐랜드주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케언스 직항노선은 국적항공사 중 진에어가 유일하게 단독운항했으며, 2016년 12월14일부터 2017년 3월4일까지 주2회 스케줄로 운항됐다. 노선 리스크가 큰 만큼 좌석 접수를 전적으로 여행사에게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했다. LCC 특성인 직접판매 방식이 아닌 여행사를 통한 간접판매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진에어 

그러나 여전히 K-LCC 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한 회의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LCC사업 특성상 장거리 노선 운영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LCC는 항공기 보유기종을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대형기 도입은 비용부담이 컸다. 여기에 중·대형기 등 새로운 기종 운항을 위해서는 해당 기종의 면장을 가진 조종사들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고 정비인력 보강에 따른 비용부담도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노선 취항에 대한 필요성은 K-LCC 업체들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던지라 진에어의 장거리 노선 취항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봤다. 당시의 결론은 수익성 측면에서 K-LCC의 장거리 노선 취항은 시기상조라고 봤다. 즉, K-LCC가 장거리 노선에서 기존항공사와 승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데에 대부분 공감했으며, 진에어의 경우에는 대한항공의 기체정비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경제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K-LCC의 장거리 취항은 시기상조라고 본 것이다.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물밑지원 아래 장거리 노선을 치고 나가자 티웨이항공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티웨이항공은 2025년까지 대형기를 총 10대 운영하고, 미주·유럽 노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 3대를 도입하기 위한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020년 12월21일 밝혔다. A330-300은 전세계 65개 항공사에서 770여대가 운항 중인 모델로, 티웨이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기존 B737-800 기종보다 6000㎞ 이상 항속거리가 늘어난 최대 1만175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2월24일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A330-300 1호기 도입행사를 개최했다. A330-300 기종에는 비즈니스클래스 12석, 이코노미클래스 335석 등 총 347석의 좌석이 설치됐다. 티웨이항공은 5월까지 같은 기종 항공기 보유대수를 총 3대로 확대한다고 공개했다.

에어프레미아(Air Premia)도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FSC와 LCC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Hybrid Service Carrier, HSC)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2021년 4월2일 B787-9 항공기 1대를 도입했다. ‘드림라이너’라 불리는 B787-9 기종은 항속거리가 1만5000㎞ 이상이어서 영국, 프랑스, 미국 LA, 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공항을 허브로 하고 있으며, 2021년 12월 첫 국제선으로 싱가포르를 취항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선을 2개월여 운항하다가 화물편만 정기선으로 운항했다. 2022년 7월15일에 가서야 첫 국제여객노선으로 인천~싱가포르에 취항했다.

이 같은 일부 K-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에 대해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단거리·단일 기종으로 효율 극대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LCC에게 장거리 운항노선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대형기종 도입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해외 LCC는 대표적 특성인 포인트 투 포인트, 단거리 운항 외에도 시내에서 가까운 주요공항(Primary Airport)을 벗어나 도심 외곽의 공항(Secondary Airport)을 주로 이용한다는 고유 특성이 있다. 하지만 K-LCC들은 국내 공항의 다양성 한계로 인해 처음부터 Secondary Airport는 고려하지 않았고, 모두들 Primary Airport로 몰렸다. 대도시 주변의 작은 대체공항, 대형공항에 대체할 수 있는 소형공항,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대체공항 등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 공항 사정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신생 K-LCC들은 기존항공사들과 Primary Airport를 놓고 고군분투해야 했다. 이로 인해 각 공항에서 신규 K-LCC들은 카운터 제공에서 전혀 협조를 받지 못했고, 슬롯 확보도 용이하지 않아 서러움과 어려움을 함께 겪어야 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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