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도 '중고' 판다...주고객은 MZ세대

리커머스(recommerce), 지속가능한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
홍선혜 기자 2022-12-19 10:31:05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신상과 명품만 취급하던 백화점업계가 중고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착한소비나 가성비 등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리커머스(recommerce)가 지속가능한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정판이나 콜라보 제품에 열광하는 MZ세대로 인해 중고 시장에 진출한 백화점 업계들이 젊은 소비층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9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의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24조 원으로 약 6배 급등하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 중 구매하기 어려운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 등을 거래하는 C2C(소비자 간 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중고거래의 주 대상은 지난 8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세대별 온라인 소비형태 변화와 시사점’보고서에 따라 MZ세대의 젊은 층이 약 6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 모습./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파격적 중고품 전문관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16일 업계 최초로 백화점 한 층을 모두 중고품 전문관으로 장식해 파격적인 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세컨드 부티크’로 리뉴얼 오픈하고 세컨드핸드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입점시켰다.

모든 제품은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검수하며 의류품목은 전문업체를 통해 세탁과 살균과정을 및 전문가가 직접 감정해 정품만을 선별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세컨드 부티크는 오픈 후 사흘간 일간 1000명 이상의 방문객과 총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는 하루 평균 5000만원으로 영패션 브랜드가 입점했을 때 보다 매출이 2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에 맞춰 업계 최초로 세컨핸드 전문관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 취향에 맞는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세컨드 부티크에 이어 미아점 1층에도 중고 명품 거래회사 ‘브랜드나라’가 운영하는 ‘럭스어게인’을 오픈하기도 했다. 백화점 1층에는 보통 명품매장이 입점하지만 중고 매장이 1층에 자리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을 입점했다. 당시에도 MZ세대의 큰 호응을 받아 1일 최대 방문자 수 1700명을 기록했으며 그해 총 방문수는 약 21만명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방문자의 90% 이상이 젊은 20.30세대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월드몰에 크림 오프라인 공간이 오픈했다./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월드몰 '크림' 오픈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11월 29일 업계 최초로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오픈했다. 크림 오프라인 공간은 최근 젊은세대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리셀시장을 대응하고 MZ세대 고객들과의 접점을 적극 확대한다는 롯데백화점의 방침이다.

실제 크림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한정판 거래 전문 플랫폼으로, MZ세대가 전체 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의 새로운 공간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판매할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드롭 존’을 운영하며 이용자는 크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 체결된 상품을 택배로 보낼 필요 없이 직접 매장으로 가져와 접수할 수 있다.

오프라인 드롭존은 크림 소속 전문가들이 직접 검수하고 검수가 통과되면 크림 측에서 보관했다가 최종적으로 거래가 확정될 경우 구매자에게 발송된다. 이같은 방식은 온라인에 비해 배송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파손 및 분실 우려도 줄일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인기 한정판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쇼룸을 조성했다.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 액세서리 등 인기 상품들을 전시하고 전시품을 수시로 변경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에서 유통사 최초로 선보였던 ‘크림’ 오프라인 공간은 MZ세대 고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라는 목적으로 오픈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이나 콜라보 상품을 단독으로 소개하는 등 MZ세대들을 위한 전시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원 투자

신세계 역시 일찌감치 중고거래 플랫폼에 힘을 실으면서 ‘번개장터’에 82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신세계 SSG닷컴은 지난 8월 29일부터 번개장터에 프리미엄 컨셉트 스토어에 리셀 및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브그즈트 컬렉션’을 입점시켰으며 지난 8월 SSG닷컴에서 중고명품 매출은 전년비 80% 성장했다.

이렇듯 커지는 중고거래시장에 백화점업계까지 뛰어들면서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에 주력하는 추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 그룹 내 벤처캐피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820억 원을 투자했으며, 롯데쇼핑은 지난해 유진자산운영 등 사모펀드와 손잡고 국내 최대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3.3%를 공동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계속해서 급성장하는 중고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앞으로 친환경 등 ESG 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중고나라와 협업 방안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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