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성시대...유통업계 여성 CEO 급부상...왜?

10대 그룹 임원인사 키워드 '여성인재' '능력중심'
홍선혜 기자 2022-12-20 10:35:06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유통업계에서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여성 CEO들이 급부상해 주목받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10대 그룹 임원인사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여성인재’와 ‘능력중심’이다.

그 동안은 보수적이고 순혈주의 중심의 중장년층 남성 CEO가 대부분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성별과 나이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오직 능력만으로 승진하는 기업의 마인드가 점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외부 인사를 영입해 타사의 노하우를 대입했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에는 내부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를 내정했다.

왼쪽부터 이선정 CJ올리브영 신임대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안정은 11번가 신입대표이사/사진=각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그룹 사장 및 CEO 승진자 중 여성은 총 5명이며 유통업계에선 여성 CEO가 다수 속출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4대 그룹 첫 여성 CEO

대표적으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오너가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4대 그룹 첫 여성 CEO 반열에 올랐다. 그는 1986년 LG생활건강 공채로 입사하고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오면서 25년 만에 생활용품 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2015년 첫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쥔 후 이정애 사장은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2019년 이후 음료 사업을 맡아 코카콜라·씨그램 등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그 후 이 대표는 공채 입사 36년 만에 여성 사장직까지 오르게 됐다.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및 음료 사업부장을 역임한 이 신임사장은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 평가를 받았으며 취임 후 첫 임직원 인사에서 ‘소통’을 통한 ‘원팀(One Tea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77년생 이선정 CJ올리브영 신임 대표

CJ그룹역시 지난 10월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내부 승진으로 CJ올리브영 신임 대표로 발탁됐다.

이선정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이다. 그는 15년간 상품기획자(MD)로 근무하고 1년간 MD사업본부장을 거친 후 올해 영업본부장을 맡다가 약 10개월 만에 빠르게 대표로 승진했다.

이 신임 대표는 옴니채널 전략 강화와 더불어 헬스앤뷰티(H&B)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리브영 내부에서는 이 신임 대표가 오랜시간 올리브영에 근무하면서 기업의 이해도가 높고, 직접 상품 관리와 브랜드 관리 경험이 있는 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분위기다.

CJ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중기비전 중심의 혁신성장과 최고인재육성에 나설 사업가, 전략가 중심의 발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전문가, 안정은 11번가 신임 대표

11번가도 지난 1일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11번가의 첫 여성 CEO가 될 안정은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현재 11번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안정은 내정자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안 내정자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 11번가만의 장점들을 극대화해, MAU 월 1000만에 달하는 11번가 고객들이 최상의 쇼핑경험을 얻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여성 임원 6명 임명

그 동안 남성위주로 인사를 단행했던 롯데그룹도 여성임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이번 내부 출신의 여성 임원으로 6명을 임명했다.

롯데는 약 지난 10여년간 여성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으며 그 결과 여성임원이 올해 47명(구성비 7.1%)이 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명이 증가한 수치다.

새로 승진이 된 임원으로 정미혜 롯데제과 상무보, 채혜영 롯데칠성 상무보, 한지연 롯데백화점 상무보, 김지연 롯데홈쇼핑 상무보, 이정민 롯데건설 상무보, 윤영주 롯데에이엠씨 상무보 등 총 6명이다.

앞으로 여성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산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여성 사장·CEO에 대한 존재감과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올해 여성 임원은 지난해 322명보다 81명(25.2%) 늘어 4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대비 2021년 여성 임원이 1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 됨에 따라 여성 임원 비중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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