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7)LCC와 K-LCC는 어떻게 다른가⑥K-LCC의 항공권 직접판매 방식과 No frill service

김효정 기자 2022-12-21 07:00: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이번에는 LCC의 ‘혁신적인 방법’ 가운데 8번째 항공권 직접판매 방식과 9번째 No frill service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K-LCC에서는 어떻게 변형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LCC들은 항공권 판매를 콜센터(전화예약)와 인터넷 예약에 중점을 둠으로써 여행사나 대리점 판매에 기인한 판매수수료(매출의 5~9%)를 절약한다. 기존항공사들이 여행사나 대리점 판매에 중점을 두었다면 LCC들은 콜센터와 인터넷 예약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LCC들이 더 나아가 콜센터 비중을 줄이고 인터넷 예약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항공권의 유통채널 최소화는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활용한 직접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항공사의 경우 인터넷 외에 여행사를 통한 대행예약도 가능하고 결제기한도 넉넉한 편이지만 LCC들은 인터넷 예약과 동시에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철도나 고속버스 등에서 사용하는 결제시스템인데 일단 요금을 받고 표를 주는 방식이므로 결제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공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한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지 않고 항공사가 직접 표를 파는 구조이므로 여행사로 들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콜센터의 인원을 줄일 수 있다. LCC는 빨리 예약할수록 가격이 싼데 이는 최대한 현금을 미리 확보함과 동시에 좌석을 채우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직접판매 비중은 90%에 육박하고, 라이언에어는 아예 판매대리점을 두지 않고 100% 직접 판매한다. K-LCC 도입 초기에 제주항공은 거의 맹목적인 수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참고해 항공권을 직접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하고자 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판매를 우선으로 하고, 인터넷을 다루지 못하는 고령인구를 감안한다는 꽤 순수한 취지의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서너 명의 직원에게 전화예약을 받게 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판매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고, LCC 비즈니스 모델에 어울리지 않은 전화예약은 좋은 취지의 서비스 마인드였던 셈이다.

드디어 홈페이지와 전화예약이 동시에 개시된 날, 홈페이지는 한가했고 예약전화는 한 달 내내 불통이었다. 서너 명이 전화를 받는 예약전화에 수만 명이 동시접속을 했으니 예약전화에 성공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고객들은 홈페이지 접속은 뒤로 하고 오로지 예약전화를 받지 않는 제주항공만을 맹비난했고, 언론에서도 불통사태를 빚은 제주항공에 대해 사전준비가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기사를 연일 내보냈다.

오리지널 LCC의 ‘혁신적인 방법’이자 LCC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항공권 직접판매 방식을 도입한 것이었지만 제주항공은 결국 콜센터 대행사와 부랴부랴 계약을 맺었고 전화를 받는 직원수를 10배 이상 늘렸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판매를 강제로라도 유도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수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에는 늘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 같은 제주항공의 설립 초 콜센터 소동을 지켜본 후발주자들은 이를 반면교사삼아 다른 방식을 취했다. 진에어는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기존 설비와 영업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모객을 했다. 즉 대한항공이 모객을 하고 진에어는 운송을 해주는 방식으로 초기 혼란에서 많이 비껴갈 수 있었다. 또 이스타항공은 콜센터를 외부대행사를 활용하는 게 아닌 아예 직접운영을 하는 LCC답지 않은 고비용의 파격적인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고객들이 가장 실감하는 LCC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No frill service 즉, 제한된 서비스 방식이다. 기내식, 기내오락 등을 모두 생략하고 식음료, 영화, 음악, 오락, 게임 등을 유료화한다. 또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는다. 기존 FSC 방식의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항공서비스에 모든 비용을 포괄하여 운임을 책정한다면, LCC는 개별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운임을 책정함으로써 낮은 항공운임을 제공하여 가격에 민감한 승객을 유인한다. 이는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와 더욱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승객들은 기존항공사의 비행기를 타면 많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공기를 타기 위한 과정부터 항공기 탑승 후에 제공된 물품과 대인서비스 하나하나는 모두 운임에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한 무료는 사실은 유료인 셈이다. 기존항공사는 풀서비스를 승객에게 제공하고 이를 운임에 포함하는 방식이라면, LCC는 일단 모든 서비스를 뺀 운임을 청구하고 이후 탑승과정이나 탑승 후에 승객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따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구분해야 한다.

LCC의 각종 부가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추가수익을 만들어 낸다. LCC의 유료서비스에는 기내식 및 음료 판매, 좌석 우선배정, 우선탑승, 기내 수하물, 영화감상, 인터넷 사용, 베개와 담요 등 수없이 많다. 또한 추가적으로 호텔, 렌터카, 여행자보험, 제휴 신용카드 등 수수료 기반의 상품 판매에도 열을 올린다. 정리하면, LCC는 기본적으로 무료서비스가 없다. 굳이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개별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운임을 책정함으로써 낮은 항공운임을 제공하여 가격에 민감한 승객을 유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는 딱 하나, 승객들에게 간식으로 땅콩(정확히는 믹스너트) 작은 봉지를 나눠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별명이 ‘Nuts 항공’이다. 공식 블로그 이름도 ‘Nuts about Southwest’이다. 심지어 유럽의 어느 LCC에서는 기내 화장실 이용도 유료화를 검토했다가 거센 반대에 포기했다. 또 일본의 어느 LCC는 클레임을 받는 고객상담전화를 없애려 했다. 클레임 접수도 인건비가 든다는 것이다. 클레임은 항공사가 아닌 정부의 소비자기관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신고전화를 이용하게 하려는 기발한(?) 발상은 항공당국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처럼 비용절감이 목적인 LCC의 No frill service가 K-LCC에서는 정반대로 갔다. K-LCC 업계는 오히려 고급화로 선회했고, 서비스 경쟁마저 뜨겁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FSC 기존항공사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국제선터미널 라운지를 신설하기도 하고, 넓은 좌석도 제공하고 각종 부가서비스도 제공했다. 라운지는 에어부산이 2018년 9월20일 K-LCC 최초로 오픈하면서 테이프를 끊었다. 그런데 정보가 부족한 탓에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LCC의 라운지 운영은 K-LCC 최초가 아닌 세계 최초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LCC에게 라운지 운영은 파격적이면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는 했다.

에어부산은 2018년 9월20일 김해공항 국제선터미널에 라운지를 개소했다. 김해공항 국제선터미널 4번 게이트 3층에 204㎡(약 62평) 면적의 전용라운지인 ‘에어부산 라운지’는 약 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했다. 에어부산 라운지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감성의 ‘스마트한 여행의 시작’을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내부 공간은 개별여행 및 가족여행, 혼행족이 늘고 있는 여행 추세에 따라 개인 독립공간과 가족 단위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에어부산 라운지 이용은 에어부산의 부산 출발 국제선 앞좌석 구매 손님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했고, 유아의 경우 무료 동반 입장이 가능했다.

에어부산이 이처럼 K-LCC 최초의 공항라운지를 김해공항에 개설하자 채 1년도 되지 않아 제주항공이 인천공항에 라운지를 열었다. LCC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라운지 운영이 K-LCC들 사이에서 경쟁하듯 본격적인 개설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제주항공은 2019년 6월1일부터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제주항공 이용자를 위해 ‘여행의 즐거운 경험이 가득한 공간’을 콘셉트로 하는 ‘JJ 라운지’ 운영을 시작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LCC 라운지가 들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JJ 라운지’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 면세지역 28번 게이트 부근에 위치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일등석 라운지가 있던 550㎡ 공간으로 김해공항 에어부산 라운지의 2.5배 규모였다. ‘JJ 라운지’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제주항공 국제선 이용객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탑승일 전일 24시까지 홈페이지와 모바일, 여행사에서 사전판매했다. 140명 정도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었고,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휴일없이 운영했다. 라운지 이용료는 어른 2만5000원, 어린이는 1만5000원을 받았고, 24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결국 2021년 철수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항공사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가격 외에 여러가지로 다양해지면서 K-LCC들은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고급화·차별화 서비스 제공으로 활로를 뚫었다. 저가·특가항공권 등 가성비 위주의 판매전략은 운임경쟁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성장한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 K-LCC들은 다양한 등급의 차별화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오리지널 LCC들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무력화시키며 거꾸로 간 K-LCC인 셈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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