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20% 돌파…'한국가스공사' 최다

최형호 기자 2023-01-16 17:50:16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00대 기업 여성(女性)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사외이사가 활약하는 기업도 100곳 중 80곳 이상으로 많아졌다.

또 사내이사를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 비중도 작년에 처음으로 10% 벽이 깨진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중 작년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가스공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는 총 8명인데 이중 절반인 4명이 여성 이사 몫으로 채워졌다.
유니코써치 제공.

16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447명인데, 이중 여성 임원은 94명이었다.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5명 중 1명꼴인 21%가 여성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 2021년 67명(15%)으로 증가해오다 지난해에 20%대로 진입했다.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20년에는 100곳 중 30곳이던 것이 2021년에는 60곳으로 많아졌는데, 작년에는 82곳으로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이 껑충 뛰었다. 
 
최근 1년 새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기업이 80곳 이상으로 많아진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주효한 것으로 유니코써치는 분석했다. 자산 2조 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性別)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 규정이 작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와 관련해 유니코써치 측은 "이미 관련 법이 시행 중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마땅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하는 대기업도 있다"면서도 "올해 3월 주총을 전후로 여성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기업과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파악된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7명을 출생년도 별로 구분해보면 1960년~1964년생이 127명(28.4%)으로 최다였다. 이 중에서도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61년생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1958년과 1960년생도 각 30명씩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사외이사는 67명으로 15% 정도 차지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사외이사는 6명인데, 모두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 그룹군에는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한국전력 방수란(1987년)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44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42.3%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그 다음으로 CEO와 임원 등의 재계 출신이 24.4%로 높았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몸 담가온 행정 관료 출신은 17.9% 수준이었고, 판검사와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3% 정도로 파악됐다. 

전체적으로 지난 2021년 때와 비교해보면, 지난해 사외이사는 교수 등 학계 출신은 1년 새 3.5%포인트 감소했지만, 재계 출신은 4.5%포인트 늘어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의 생리를 상대적으로 잘 아는 재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SK 김병호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대자동차 윤치원 사외사는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CEO, 미래에셋생명 이경섭 사외는 과거 NH농협은행장으로 활약했었다. 

작년 기준 90명 정도인 여성 사외이사만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44.7%로 최다였고, 그 다음으로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24.5%로 높았다. CEO 및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3.4% 순으로 많았다. 대기업 등에서 여성 임원으로 활약해온 인원이 적다 보니 아직까지는 변호사 출신 중에서 사외이사를 더 많이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재계 임원 출신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 심수옥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심수옥 이사는 과거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S-Oil 신미남 사외이사는 케이옥션과 두산퓨얼셀코리아 대표로 활동했었고, 코리안리 김소희 사외이사는 AIG손해보험 부사장 출신이다. SK 김선희 사외이사는 현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작년 3분기 기준 440명이 넘는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만 해도 31명으로 6.9%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등도 포함됐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자본시장법이 시행으로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정도만 영입해 겨우 법을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복수로 늘리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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