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노동계 vs 경영계, 실효성 놓고 대립 여전

노동계, 처벌만 강화…경영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요구
노동계·경영계 첨예 대립 속…법 적용 대상 사업장 사망자 더 늘어
신종모 기자 2023-01-27 11:22:39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실효성과 향후 개선 방향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처벌 수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경영계는 처벌요건 명확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정하게 집행해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29건 가운데 11건만 기소했다고 강조한 뒤 “법 시행 1년을 맞았으나 정부의 노골적인 무력화 공세에 중대재해는 오히려 증가했고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당사 직원뿐만 아니라 하청근로자, 노무제공자에 대해 안전보건확보 책임을 부과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계는 처벌 대상 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처벌 대상 등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처벌 대상에 올라 조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상에서라도 중대재해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최고안전책임자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볼 수 있게 명확히 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경영계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정의도 합리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산업재해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라고 규정했는데 재해 강도를 고려하지 않아 통원치료만으로 회복 가능한 경미한 질병도 중대재해에 포함될 우려가 크다. 

아울러 경영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형사처벌과 병과하는 이중 제재임을 지적하며 처벌이 과도하다는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 영국 등 영미법을 배경으로 한 특수한 제도로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국가에서도 산업재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하한형으로 부과한 처벌을 상한형 방식으로 바꾸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경우에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면책 규정 명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그중 상습·반복적이거나 사망자가 많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한 법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자 더 늘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으로 지난해 683명(665건)보다 39명(5.7%)이 적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지난해 248명(234건)보다 8명(3.2%)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은 341명(328건), 제조업은 171명(163건), 기타업종은132명(120건) 발생했고 업종별 사고사망자 발생 비중은 건설업 53%, 제조업 27%, 기타업종 20%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50인(억) 미만에서는 건설업은 226명(224건), 제조업은 82명(82건),기타업종은 80명(75건) 발생하였고, 건설업 58%, 제조업 21%, 기타업종 21%를 차지했다. 

50인(억) 이상에서는 건설업은 115명(104건), 제조업은 89명(81건),기타업종은 52명(45건) 발생했고 건설업 45%, 제조업 35%, 기타업종 20%를 차지했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 268명(262건), 끼임 90명(90건), 부딪힘 63명(63건) 순으로 상위 3대 유형의 사고사망자 비중이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광역지자체별로는 경기 192명(183건), 충남 59명(55건), 경남 57명(56건), 경북 42명(42건), 서울 38명(38건), 전남 36명(33건), 인천 35명(35건) 순으로 발생했다.

애초 근로자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지만 실제로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점검·개선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 감독체계, 산업안전 컨설팅·교육, 산업안전보건법령·기준 등을 속도감 있게 개편·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으며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향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추진 현황과 한계·특성 등을 진단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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