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9)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⑧우리나라 LCC는 싸지 않다?

김효정 기자 2023-02-01 06:43: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무늬만 저가항공’

매년 여름 휴가철만 되면 되풀이되었고, 지금도 종종 등장하는 일부 언론의 기사제목이다. 이른바 ‘저가항공사의 운임이 싸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가 이 같은 지적에 공감했다.

그런데 정말 K-LCC 운임은 싸지 않은 것일까? 이 같은 비판이 가장 극에 달했던 시기는 2010년대 초중반이었다. 그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 각각 공시한 2014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국내선 단위거리당 여객운임을 비교해 봤다. 각 노선별로 그리고 시기별로 운임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시기를 특정해서 분석해 본 것이다.

결과는 1명의 승객을 1km 수송하는데 받은 운임은 대한항공이 210원, 아시아나항공이 177원, 제주항공이 107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공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매출액을 유상승객의 수를 운항거리와 곱한 값[매출액/(유상승객수X운항거리)]으로 나눠 산출한다. 쉽게 말해서, 항공사가 판매한 좌석당 얼마를 벌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다. 대한항공의 운임을 100으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84.3, 제주항공은 51.0% 수준이었다. 이를 약 450km의 김포~제주 노선 운임으로 환산했을 때 대한항공 9만4500원, 아시아나항공 7만9650원, 제주항공 4만8150원인 셈이다.

이 같은 객관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노선의 좌석이 싸지 않았다고 해서 또는 기존항공사와 운임차이가 크지 않다고 해서 ‘K-LCC는 비싸다’ 또는 ‘LCC는 싸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시장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이미 ‘K-LCC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K-LCC가 설립되기 전에 기존항공사는 매년 평균 11%씩 운임을 인상해왔으나 2005년을 기점으로 운임이 동결됐고, 2012년 단 한차례의 운임인상이 있었을 뿐이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맞춰 성수기가 되면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여행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심지어 노선과 시간대에 따라 기존항공사의 운임이 LCC보다 낮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K-LCC가 비싸다는 아주 유용한 증거로 활용되면서 ‘무늬만’이라는 기사의 단골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K-LCC가 비싼 게 아니라 기존항공사가 K-LCC와 경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내놓은 일종의 미끼상품인 할인가격이었다. K-LCC의 시장잠식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항공사의 필사적인 노력의 산출물이었다. 이 역시 K-LCC 효과인 셈이다.

기존항공사는 적은 승객을 태우더라도 비싼 운임을 받으려는 형태이고, K-LCC는 낮은 운임으로 많은 승객을 태우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항공사는 이른바 ‘프리미엄 서비스’를 앞세우고 이미지를 판다. 이와 달리 K-LCC는 실용이다. 미리 예약할수록 더 큰 할인율을 적용시켜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며 운항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또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특가항공권을 내놓거나 인건비가 발생하는 콜센터를 통해 예약하면 운임 외에 따로 예약수수료를 청구하는 등 예약방법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K-LCC에 대한 보다 철저한 연구를 하면 남보다 낮은 운임으로 항공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품은 들지만 시도해 볼 만하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떠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탑승게이트 앞에서 신문을 하나 집어들고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 객실승무원이 나누어준 이어폰을 연결하고 기내 VOD 기기로 영화를 보기 위해 화면을 이리저리 터치해본다.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객실승무원이 음료와 기내식을 가져다준다.

이게 흔히 생각하는 항공서비스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FSC의 서비스 방식이다. 그리고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게 유일한 항공서비스였다.

하지만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FSC의 서비스가 ‘풀옵션’이었다면 K-LCC의 서비스는 ‘옵션’이다. K-LCC는 운임이 싼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가 세분화 되어있고 과감하게 생략한다. ‘이것저것 다 추가하면 비용이 FSC와 똑같다’, ‘주말에 제주도 가는데 가격이 비슷하다’ 등의 K-LCC 운임에 대한 불만은 그래서 비상식적이다.

이는 FSC를 표준 잣대로 삼아 K-LCC의 서비스를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K-LCC는 운항 효율성을 높여 전반적인 운항단가를 낮추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운임을 낮출 수 있는데 운송을 위한 기본운임만 받고 그 밖의 부가적인 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 유료로 제공하는 구조이다.

K-LCC에 대한 재발견을 해보면 남보다 훨씬 낮은 운임으로 항공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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