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보험사 'FM글로벌' 한국 상륙…"삼성전자 분쟁 걸림돌"

최형호 기자 2023-02-14 18:48:32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세계적인 재물보험사 FM글로벌이 한국지점을 열고 공식적으로 상륙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아시아로 점차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다만 FM글로벌이 삼성전자와 미국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뿌리가 한국에 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국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FM글로벌은 14일 오전 한국 지사 오픈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재물보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최형호 기자

FM글로벌은 14일 오전 한국 지사 오픈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재물보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FM글로벌은 1835년 섬유 공장 소유주를 모아 리스크가 낮은 공장만 보장하는 공장공제조합에 시초를 뒀다. 1987년까지 보험사 42개에서 3개 회사로 통합됐고, 1999년 나머지 3개 회사가 합병해 현재의 'FM글로벌'이 됐다. 재물보험은 손해보험업의 한 종류다. 공장, 영업장 등을 운영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판매되며 화재나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보상해준다.

특히 FM글로벌은 보험 판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손실은 예방이 가능하다'라는 핵심 가치를 내세우고 자연재해·화재 등 재난 리스크를 점검·예방할 수 있는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 보험사가 재물보험에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이유이기도 하다. FM글로벌의 전 세계 5600여명 직원 중 약 1930명이 엔지니어로 그 비중이 35% 수준이다. 

사업 전략은 고객들이 사업확장 및 신규투자 또는 해외진출로 신설되는 시설이 있다면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공사 완료 시점까지 손실 예방 방문을 한다. 엔지니어링을 통해 고객의 위험을 정량화하고 효과적으로 인수심사(언더라이팅)를 함으로써 더 큰 담보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시장 진출 이유로 FM글로벌 측은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은 전략적 주요 거점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시장 성공여부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미국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공장이 지난 2021년 겨울 한파로 인해 '치명적인 손해'를 봤다며 해당 보험사인 FM글로벌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전으로 인한 손실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M글로벌은 '보험 적용 재산 밖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예외 조항'을 근거로 삼성전자가 청구한 보험금 4억달러(약 5044억원) 중 1억2600만달러(약 1590억원)만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같은 주 테일러에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보험사가 한파로 피해를 본 텍사스 내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려는 의도"라며 "(FM글로벌이) 공장이 입은 전체 손해에 대한 배상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FM글로벌은 삼성전자 측에 배상 거부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FM글로벌은 이날 삼성전자 공장 한파 정전 피해와 관련 질문에 "유감"이라면서도 "보험금은 약관에 정해진 대로 지불된다"며 예외조항은 정당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발언하는 심용주 FM글로벌 한국지점 대표. /사진=최형호 기자


짐 겔로웨이 FM글로벌 부사장은 "FM글로벌이 보험금 부지급 사례로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면서 "개별적인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 손실을 얘기하면 이를 최소화 하고 바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의 소송으로 한국 지사 진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용주 FM글로벌 한국지점 대표는 "위험성 경감 활동을 통해 고객사의 리스크는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당연히 당사와 (보험료)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보험금은 약관에 정해져 있는대로 지불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의 보험지급 소송이 FM글로벌 국내 사업 성공 여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소송 결과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단 삼성전자 사례 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계 보험사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과연 FM글로벌과 손을 잡고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낼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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