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주류⋅식품 업계 '가격 동결'...이대로 괜찮나?

홍선혜 기자 2023-03-02 09:55:58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마스크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엔데믹을 맞이했지만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여전하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아 원자재값 상승으로 식료품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았고, 최근에는 가스비와 전기요금까지 올라 업주들의 운영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고, 식품업체들은 정부의 요구에 협조하면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식료품 값뿐만 아니라 가스비와 전기료까지 모두 오르다 보니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간담회 전날인 27일에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풀무원 등이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공식 밝혔으며 식용유, 분유 등을 만드는 업체도 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포의 한 포장마차 분식집에는 식용유값, 가스비 등의 이유로 튀김기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사진=홍선혜 기자

2일 서울 영등포의 한 포장마차 분식집을 직접 방문해본 결과 튀김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 튀김을 주문하면 기름에 튀겨주는 것이 아닌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한 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튀김을 판매하면서 왜 튀김기는 없냐는 질문에 포장마차 업주 A씨는 “튀김은 아침에 한꺼번에 튀겨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가스요금 때문에 튀김기를 하루종일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용유 값도 예전에는 4000원대 였는데 이제는 7000원 대로 올라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포장마차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손님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가격을 올릴 수 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식용유 값은 전쟁 전 5100원 대에서 현재 7400원 대를 넘어섰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5.5% 상승했고 그중 식용유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9% 상승률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업계에 대한 강제적인 압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측은 원자재 가격 등이 모두 올라 버티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 같은 정부의 압박이 들어오면 내부에서 모든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 결국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모두 올라 어쩔 수 없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요구에 따라 부담을 떠안고 가야 하는 기업들의 상황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B씨는 “강제적인 가격 동결이 당장에는 소비자나 소상공인에게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악순환은 반복될 것 같다”며, “원자재 값 같은 부분에서 해결을 보지 않는다면 언젠간 가격은 분명히 오를 것이고 서민들이 피해보는 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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