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 보다 인플레 억제'...美, 금리 0.25%P 또 인상...연내 한번 더

김효정 기자 2023-03-23 09:15:10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인상했다. 최근의 은행 위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예상했고 예상 대로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금융 불안(은행권 위기) 때문에 금리동결 이야기도 나왔었지만, 경제 지표를 고려했다는 것이 연준의 설명이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4.75~5.0%로 결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최근 은행 업계 혼란에도 불구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 인상이 되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이는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최종 금리를 5.1%로 제시해 금리 인상의 막바지를 시사했다. 사실상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이 남은 것이다. 연준 위원 18명 중 7명은 기준금리가 5.1%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면, 내년에는 4.3%로 내려갈 것으로 제시했다.

연준의 성명서에 ‘지속적인 금리 인상’ 문구가 빠지고 ‘추가 인상’으로 교체되면서 뉴욕증시 장 초반 3대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만 연준은 은행 위기 등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프레이션 억제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혀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충분한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3대 지수는 하락 전환하며 1% 넘게 하락했다.

한편 이번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한미간 금리는 지난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자본의 해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6명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은 "3.75% 기준금리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연준이 베이비스텝만 밟고 향후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예고하지 않아, 한국은행은 미국 긴축 속도와 관련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달에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하고 물가 추이를 지켜볼 수 있는 '당분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는 연이은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을 국내 금융권의 위기 우려를 고려한 부분이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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