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대기업 작년 인건비 2조원 증가…메리츠증권 평균 연봉 2억 돌파

최형호 기자 2023-03-30 17:22:31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의 작년 임직원 인건비는 전년 대비 2조 원 넘게 증가했으나 고용은 되레 5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는 늘고 고용은 줄다 보니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1인당 평균 연봉은 6%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20개 주요 대기업 중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이 억대 클럽에 가입한 곳이 작년 기준 27곳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메리츠증권이 전체 연봉 킹으로 등극했다. 이 회사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 2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메리츠증권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2019년~2022년 4개년 인건비, 고용, 평균 연봉 비교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20곳 대기업의 작년 기준 임직원 숫자는 77만 206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이후로 가장 적은 숫자다. 지난 2019년 77만 9365명이던 임직원 수는 2020년에는 77만 5310명으로 1년 새 4055명(0.5%↓) 줄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77만 6628명으로 전년 대비 1318명(0.2%↑) 많아졌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는 이전해보다 4560명(0.6%↓)이나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고용은 1년 단위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고용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것과 달리 임직원에게 지급한는 인건비 규모는 꾸준히 높아졌다. 120개 대기업에서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2019년 64조 3282억 원→2020년 66조 2873억 원→2021년 74조 7720억 원→2022년 77조 1731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재작년 대비 지난해 인건비가 3.2% 수준으로 높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2021년 대비 2022년에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 지출 금액이 2조 4011억 원 넘게 많아졌다. 이는 산술적으로 연봉 1억 원을 2만 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인건비 규모다. 1년 새 인건비가 2조 원 넘게 많아졌지만 실제 고용 일자리는 거꾸로 4500곳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직원수가 많아진다는 고용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보인 셈이다. 

이번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중 2021년 대비 2022년에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101곳이나 됐다.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120곳 중 80곳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120곳 중 30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되레 증가했다. 

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현대자동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2021년 6조 8872억 원에서 2022년 7조 6487억 원으로 커졌다.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7615억 원(11.1%↑)이나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21년 3조 3379억 원에서 2022년 4조 601억 원으로 1년 새 인건비가 7221억 원(21.6%↑) 증가했다. 

120개 회사 임직원의 2019년 당시 평균 연봉은 8253만 원이었다. 이후 2020년(8549만 원)→2021년(9628만 원)으로 높아지더니 작년에는 1억 196만 원으로 억대 연봉대로 진입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최근 1년 새 5.9% 수준으로 올랐다. 금액으로 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568만 원 정도씩 지갑이 두꺼워진 셈이다. 

작년 기준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억대 이상 되는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2019년 10곳→2020년 13곳→2021년 25곳으로 증가해오다 작년에는 36곳으로 많아졌다. 

임직원 평균 보수가 최고 수준을 보인 곳은 금융업종에 속한 ‘메리츠증권’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 29만 원이었다. 지난 2021년에도 2억 492만 원으로 2년 연속 2억 원대를 유지했다. 

이어 ▲NH투자증권(1억 7500만 원) ▲에쓰오일 (1억 7107만 원) ▲SK텔레콤(1억 4442만 원) ▲미래에셋증권(1억 4056만 원) ▲금호석유화학(1억 4012만 원) ▲카카오(1억 3900만 원) ▲삼성화재(1억 3655만 원) ▲삼성전자(1억 3536만 원) ▲SK하이닉스(1억 3384만 원) 순으로 상위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대비 2021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오른 곳은 120곳 중 92곳이나 됐다. 이중 에쓰오일은 2021년 대비 2022년 임직원 평균 급여 상승률이 49%로 조사 대상 기업 중 높은 편에 속했다. 에쓰오일의 2021년 당시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1478만 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1억 7107만 원으로 1년 새 급여가 5629만 원이나 많아졌다. 

작년 기준 임원 평균 보수가 5억 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8곳으로 전년도보다 6곳 늘었다. 이 중에서도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3억 8031만 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 원을 넘었다. 전년도 11억 1192만 원보다 2억 원 넘게 임원 급여가 두둑해졌다. 

이어 ▲SK하이닉스(7억 5516만 원), ▲포스코홀딩스(7억 400만 원), ▲삼성전자(7억 320만 원), ▲엔씨소프트(6억 9359만 원), ▲이마트(6억 8700만 원), ▲GS건설(6억 6758만 원), ▲GS글로벌(6억 6180만 원), ▲CJ제일제당(6억 5500만 원), ▲LG화학(6억 1700만 원) 순으로 임원 급여 TOP 10에 포함됐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작년 기준 27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7곳→2020년 8곳→2021년 19곳과 비교하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TOP) 10에는 ▲NH투자증권(1억 6844만 원) ▲메리츠증권(1억 6822만 원) ▲에쓰오일(1억 6678만 원) ▲SK텔레콤(1억 3733만 원) ▲카카오(1억 3696만 원) ▲삼성화재(1억 3409만 원) ▲삼성전자(1억 3079만 원) ▲SK하이닉스(1억 2997만 원) ▲금호석유화학(1억 2963만 원) ▲미래에셋증권(1억 2913만 원)이 이름을 올렸다. 

각 업종을 대표하는 매출 상위 TOP 10 기업 중 지난해 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전자 업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 업종에 속하는 대기업의 미등기임원 1인당 급여액은 6억 1336만 원으로 조사됐다. 카카오, 네이버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 업종에 있는 임원 연봉은 4억 9208만 원으로 그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자동차(4억 5427만 원) ▲금융(4억 5385만 원) ▲철강(4억 1464만 원) ▲유통상사(4억 834만 원) 등이 4억 원 이상을 유지했다. 이와 달리 ▲석유화학(3억 6768만 원) ▲건설(2억 9628만 원) ▲운수(2억 5590만 원) ▲기계(2억 5311만원) ▲제약(2억 5179만 원) ▲식품(2억 4363만 원) 순으로 임원 평균 연봉이 2~3억 원대 수준을 보였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보수 순위는 다소 달랐다. 1위는 전자 업종으로 임원 급여 순위와 동일했다. 이 업종에서 재직하는 대기업 직원은 작년 기준 평균 1억 1746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통신(1억 1615만 원) ▲금융(1억 952만 원) ▲자동차(1억 376만 원) 업종도 연봉 1억 클럽에 포함됐다. 

철강(9790만 원)과 석유화학(9712만 원) 업종은 연봉 9000만 원대 그룹에 포함됐다. 연봉 7000~8000만 원대 그룹에는 ▲건설(8445만 원) ▲운수(7992만 원) ▲기계(7978만 원) ▲제약(7541만 원) 업종이 포함됐다. 반면 ▲유통상사(6118만 원) ▲식품(5588만 원) 등은 상대적으로 일반직원 연봉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자동화와 기계화 시스템 도입 증가 등으로 국내 대기업에서 단순히 인건비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다양한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기존에 없던 고용을 늘려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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