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마래푸' 등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

최형호 기자 2023-11-21 16:37:20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올해 수준으로 동결된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내년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시세 변동분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세 반영률을 고정하더라도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의 보유세는 50% 가량 상승한다.

국토교통부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21일 밝혔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중요 요소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내년 공동주택 69%, 단독주택 53.6% 적용

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적용할 경우, 내 평균 69.0%,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다. 2020년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현실화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아파트의 경우 내년 현실화율이 75.7%가 돼야 하는데, 6.6%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에 9억 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은 68.1%,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은 69.2%, 15억 원 이상은 75.3%다.

국토부는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공시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거시경제 여건의 불안정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해 현실화율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서 내년부터는 수정한 현실화 계획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화 계획 자체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현실화 계획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현실화율 목표(90%)와 목표 도달 기간(최장 2035년) 등 계획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면서 "그러나 공시가격이 국민의 보편적 인식에 부합하려면 보다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 공시가격 폐기 가능성↑…전면 재검토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존 현실화 계획을 수정·보완하는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현실화 로드맵이 시세 변동에 더해 현실화율 인상분까지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구조인 만큼 국민들이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수준보다 매년 공시가격이 높게 산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급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집값 하락기였던 작년에는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격은 높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또 9억원 이상 고가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에 더 빠르게 시세가 반영돼 주택 가격에 따른 현실화율 편차가 벌어지는 문제도 나타났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근본적 개편 방안은 내년 7∼8월께 발표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폐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기로 결정한다면 부동산 공시제도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내년 최종 공시가격은 올해 말 부동산 시세를 반영해 내년 초 결정된다.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은 내년 1월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4월에 각각 발표된다.

◆ 고가 주택 보유자, 내년 보유세 부담 가중

다만 일부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주요 단지의 경우 시세 하락 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이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서울 대단지 아파트는 시세 상승에 따라 보유세도 소폭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를 가진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252만6000원에서 내년 283만7000원으로 11.6% 늘 것으로 추정된다. 현시세를 토대로 산정한 내년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겨 재산세는 물론 종부세(7만9000원) 납부 대상이 된 영향이 크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더 컸다. 보유세가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세율이 더 높아지는 구조여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2㎡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약 439만원을 냈지만, 내년엔 약 633만원으로 50% 늘어날 전망이다.

다주택자 역시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를 소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약 1526만원에서 내년 약 2020만원으로 32.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아파트의 추정 공시가격은 현시세 기준 하한가에 공동주택 현실화율 68.1%(9억원 미만)~75.3%(15억원 이상),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산출됐다.

지역·주택 유형·가격대별로 보유세 부담 격차 또한 클 전망이다. 실제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1.99% 오르는 데 그쳤다. 전남·경남(0.47%)과 충남(0.59%) 오름폭은 1%에도 못 미쳤고, 전북은 오히려 1.26% 하락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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