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차대전 지하 대피소에 핀 초록 생명의 힘

채소농장 변신... LED빛·물만으로 농작물 재배
차혜린 기자 2018-07-18 15:13:00
출처=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인스타그램
출처=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인스타그램

[스마트에프엔=차혜린 기자] 전쟁당시 대피소로 사용됐던 벙커가 초록빛 생명을 머금은 농장으로 재탄생했다.

런던 남부에 위치한 ‘그로잉 언더그라운드’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대피소로 지어진 지하벙커를 개조해 만든 채소농장이다.

런던의 여러 지하철 노선 중 노던선에는 전쟁 때 방공호로 사용되다가 전쟁 이후 버려진 여러 지하터널이 있다. 영화 제작자였던 리처드 발라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이곳을 발견하였고 오랜 친구 스티브 드링과 함께 이 곳을 농장화하기로 결심했다.

리처드 발라드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소비자들이 수입 농산품이 아닌 산지에서 나는 지역 농산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지상 위에서 더이상 많은 양의 식량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지하는 어떻겠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세계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식량 문제 등으로 식품 산업 전반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처럼 지속가능한 농장을 필요로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100만 파운드(한화 약 14억원)를 모아 14개월을 매진한 끝에 삭막했던 지하 벙커에서 야채를 가꿔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었다.

조명이 없으면 전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깊숙한 지하 속이지만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에서는 20종류의 허브와 부추, 고수, 펜넬 등 다양한 새싹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토양 없이도 LED빛과 물만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수경 재배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상보다 기온이 높고 벌레가 훨씬 적어 농약도 필요가 없다. 이들은 현재 새싹채소와 같은 마이크로그린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샐러드용 야채와 딸기, 소형 구근 작물의 재배를 위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리처드 발라드는 “그로잉 언더그라운드는 8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LED기술과 관개 시스템이 앞으로 더 발달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코코넛을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야채 농장으로 탈바꿈한 지하 벙커 이야기는 곧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미셸 루, 브르노 루베와 같은 영국의 스타 셰프들이 이들의 고객이 됐다. 특히 영국의 미슐랭 투 스타 ‘르 가브로쉬’를 운영하는 미셸 루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그는 “여기서 자라는 채소는 신선도가 좋아 요리사들 사이에서 화제다”며 “하지만 전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이 곳의 지속가능성이 다른 무엇보다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드링은 향후 목표에 대해 “그로잉 언더그라운드가 모든 야채를 생산해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상 위의 수많은 농장들과 경쟁하기보다 서로 공존하면서 협동하는 농산업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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