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청년농부 오승현 "농지임대 부족, 임차人 입장 고려해야"

박찬식 기자 2019-09-26 09:15:00
24일, 오승현 창업농이 실제 청년 창업농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4일, 오승현 창업농이 실제 청년 창업농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지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가 어렵다는 고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토지주 입장도 생각을 해줬으면 합니다."

24일 오전 9시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농어업인회관 2층 소강당. 청년 창업농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방문한 오승현(38) 씨는 이같이 말했다. 토지 소유주들이 청년 창업농들과 임대차 계약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토지주로서 소견을 밝힌 것이다.

그는 "토지주들의 입장에서는 임대차 계약 대신 간이계약(구두계약) 형식으로 토지를 임대하면 얻는 혜택이 더 많은 실정"이라며 "내가(본인) 토지 임차인이었어도 임대차 계약을 선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하 오승현 창업농과의 일문일답.

Q1. 창업농과 토지 임차인,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다.

A. 정부의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농업경영체(농업인·농업법인)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실제 농지를 갖고 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 이 증명서가 '임대 계약서'다. 반면, 농지 소유주인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굳이 임대차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일정 기간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 세금 감면, 유류비 지원 등 정부 지원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 지원 혜택을 받는 창업농보다는 간이계약으로도 농업에 종사할 의향이 있는 다른 농업인을 더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Q2. 제주도는 특히 임대차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A. 실제로 그렇다. 이는 제주도 농가 부동산 시장 현황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제주도의 농지 매매가가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여러 요인이 있다. 몇 년전, 중국인들이 제주도 토지 상당수를 매입하기도 했고, 이에 부동산 시장이 활개를 띄며 가격이 뛰었다. 또 최근엔 청년 창업농들이 제주도로 이주해 오면서 토지 매매가가 상향선을 유지 중이다. 농지 땅 값이 많이 올랐다는 건 매매나 증여를 할 때에도 세금이 많이 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선 본인이 농업인으로 종사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일반인으로서 증여를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주들이 이를 반길 리 없다.

Q3. 정부 지원책 중 '농지은행제도'가 있다. 이를 이용하는 방안은 어떤지?

A. 제주도에서 농지은행을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제주도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상인 중심의 문화가 굉장히 발달된 지역 중 하나다. 최근엔 각종 상인연합단체 등이 제조·유통 뿐만 아니라 농지 생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토지주 입장에서도 임대차 계약을 필요치 않는 상인들과의 계약을 반기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제주도 지역의 농지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 농지은행에 접속해 제주도를 클릭하면 뜨는 목록이 없다.

Q4. 농지가 많다면 한 두곳 임대차 계약을 맺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맞다. 그러나 다량의 농지를 보유한 농가 수가 상당히 줄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중국인의 토지 매입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귀농귀촌 열풍 등이 관여돼 있다. 기존 농가들의 농지 수가 1~2개가 대다수다 보니 임대차 계약조차 망설여지게 됐다. 40여 년 농사를 지어왔는데 단 한 차례 임대차 계약으로 농업인 경력이 끊긴다고 하면 누가 원하겠느냐.

Q5. 창업농 제도가 연고지가 있는 농가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A. 어느정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확실히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는 사람들은 꽤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일부 청년 창업농들의 맨 몸으로 부딛치겠다는 막연한 자세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업도 맨 몸으로 뛰어들어서 할 순 없다. 공장도 없는데 물건을 생산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농사는 현실이기 때문에 기반이 부족한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Q6. 임대 차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농에 조언 한 마디.

A. 순수한 창업농(전혀 연고지가 없는)들은 타지에 정착하기가 확실히 힘들다. 이점에서 공감하고 있는 부분도 많고 앞서 돕고 싶다는 심경까지 들 때도 있다. 20~30대 젊은 청년 창업농들은 말 그대로 후계농 자금을 믿고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특색을 미쳐 반영하지 못했거나 미비한 정책들이 많다. 매달 100만원씩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창업농들이 궁핍한 것은 사실이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귀농에 앞서 지역 특성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박찬식 기자 park@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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