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옥's 스마트팜 프리즘] 몽골 농산물 시장의 '희망 고문'

윤종옥 기자 2019-10-15 14:58:32
사진=몽골의 농업 풍경(왼쪽)과 베케트 부조리극 중 한 장면(오른쪽)
사진=몽골의 농업 풍경(왼쪽)과 베케트 부조리극 중 한 장면(오른쪽)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농산물 수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은 베게트의 부조리극과도 같다. 극중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Godot)라는 인물을 무려 50년 동안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 시간과 장소가 맞는지조차 알지도 못하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확실하지 않은 해외 판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두 인물의 기약없는 기다림과 판박이다.

당장 몽골 농산물 시장의 '한국산 농산물 선호도 조사'만 봐도 그렇다. 국내 학술계에서 최근 몽골 소비자들의 한국산 신선 농산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물밀듯 쏟아지자, 몽골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몽골 농산물 시장 구조가 어떤지, 한국 외 다른 나라의 농산물도 수출량이 증대되진 않았는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자세는 되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몽골의 한국산 신선 농산물 구입 결정요인 분석' 학술지를 게재, 몽골로의 신선 농산물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Heckman 2단계 추정법'을 이용, 한국산 신선 농산물 구입 의향과 구입액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몽골 소비자의 한국산 신선 농산물에 대한 구입 의향은 ▲소비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전문직에 종사하는 소비자일수록 ▲대도시 출신의 소비자일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대학교 이상의 고학력 수준의 소비자일수록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일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몽골 소비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명확히 인지한 후 적극적인 니치 마케팅(niche marketing)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몽골 수도 '올란바토르'의 도시 외경.
몽골 수도 '올란바토르'의 도시 외경.

한국산 신선 농산물은 몽골 재래시장보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위주의 판매 전략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몽골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때 한국산 신선 농신물에 대한 구입 의향이 증가했다는 이유다.

다만 해당 자료는 몽골 농산물 시장의 구조와 기타 해외 농산물의 수출량이 기재돼 있지 않아 눈길을 끈다. 몽골은 인구 집약적인 한국 시장과는 달리 광대한 국토 면적에 몇몇 소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백화점, 대형마트 보단 재래시장을 통한 유통이 주를 이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통한 유통은 수도인 울란바토르 등 일부 도심 지역에 한정된다. 몽골 재래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면 애초에 수출규모가 소량으로 한정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최근 몽골 내 대형마트 등에서 유통 중인 해외 농산물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농산물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제품 중 판매량 1위을 기록한 품목도 있지만 2위국 판매량과도 근소한 차이다.

시장 현황을 명확히 조사하지 않으면, 베게트의 부조리극과도 같은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해외 시장의 유통 구조를 파악하고 수출량 증대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윤종옥 기자 yoon@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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