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스마트팜] 창업농들은 왜 '손익 따지기'에 등을 돌렸나

김수진 기자 2019-11-21 17:19:11
20일 김태화(38) 후계농업경영인이 '농업인 손익 계산서 작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20일 김태화(38) 후계농업경영인이 '농업인 손익 계산서 작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농업인도 하나의 경영체이기 때문에 회계 장부를 작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농장의 한해 손익에 대한 집계조차 내리지 못하면서 매출 증대를 꿈꾼다? 이건 지나친 욕심이죠."

지난 20일 경북 문경시에서 만난 후계농(후계농업경영인 줄임) 김태화 씨는 농업 종사자에 대한 경영 회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익에 대한 집계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빠르게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청년 농부들의 농가 창업에 대한 성공 확률(지난해 기준)은 2%대에 불과하다. 농산물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농지가(農地價) 폭등으로 경영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역귀농(농업→2차·3차 산업 종사)을 택하는 창업농들의 수가 불어난 탓이다.

김씨는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하면서 농업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투명한 운영 계획을 설립해야 한다. 특히 창업농들은 기존 농업인 대비 투입액(지출액)이 높은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를 위해선 회계 장부 작성을 토대로 어떤 분야에서 과도하게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무작정 판로 확대에 나서기 보다 운영 골격부터 바꿔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업농들의 이중고..."인건비 뛰는 데 시간은 부족"

다만 창업농들은 회계 장부 작성을 통한 손익 전환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영 회계를 체계적으로 작성·운영하려 할 경우 일 평균 30분~60분 가량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창업농들은 이를 위한 잉여시간이 없다. 농업 노하우를 얻기 위한 교육 수강에도 시간이 벅차다는 것이 창업농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회계 전문인력을 고용하기에도 난처한 상황이다. 농장은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 변두리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력 채용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 채용 공고를 올려도 단 한 차례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 창업농은 "일반 노동 근로자는 그나마 외국인 종사자가 대체하고 있지만, 회계 전문 인력은 다르다. 국내인을 채용해야 하는데 어느 누가 시골 변두리 농장으로 취직을 희망하겠느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국내 회계 전문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인건비 지출을 부담해야 한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막 농업사회의 문턱을 디딘 창업농 대다수는 1인 경영체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갑작스레 인건비 부담을 끌어안을 경우 사업 성공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창업농 문경석(32) 씨는 "생산소득 대비 지출액이 높고 이로 인해 경영 회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의심이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창업농들이 회계 장부를 작성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렵다고 말씀 드린다. 실제 경영 회계를 작성 중인 창업농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경석 창업농(사진 왼쪽)이 청년농들이 '손익 계산'을 집계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문경석 창업농(사진 왼쪽)이 청년농들이 '손익 계산'을 집계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이어 "이는 마치 창업농들이 겪는 '이중고'와도 같다. 농장주가 경영 회계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고,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데에도 역경이 따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차 산업으로 반등 계기 마련해야

이러한 현황 속에서 경영 회계의 틀을 다진 창업농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북 영주시에서 시설 사과를 재배 중인 김재석(31) 씨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농가도 다른 창업 농가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최근엔 틈틈히 회계 장부를 작성하고 있다. '6차 산업'이라 일컫는 첨단 기술을 도입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스마트 팜 농가로 변화를 시도하고자 자신의 농가에 ICT(정보통신기술) 장비 중 하나인 복합환경제어기를 도입했다. 익월인 4월 경엔 환경정보수집 장치를, 6월엔 자동개폐기를 순차적으로 마련했다. ICT 시설 도입 전 대비 뚜렷한 여가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존 농업은 노동집약적이라는 산업 특성상, 경영주가 쉽게 농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그러나 농업이 6차 산업 기술로 떠오르면서 농장주의 삶이 개선되고 있다. 남는 여가 시간으로 부업을 하거나, 경영 회계를 집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 농업 시스템을 일컫는 일명 스마트팜은 우리나라 창업 농부들에게 가장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며 "남는 시간이 없어 손익을 따질 여유조차 없는 창업농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수진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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