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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농업인·정부 '완충지대'로 거듭난 교육 현장

  • 김수진 기자
  • 2019-11-26 09: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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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한다꼬 이래 늦노?“

경북 문경시 서울대병원 인재원 주차장. 한 남성의 넋두리가 주위 시선을 끈다. 경북 영주시에서 발걸음한 김익찬(46·남) 씨다. 그는 자신의 발을 동동 구르며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10시 5분께, 정문 인근에 서 있던 김씨를 향해 한 남성이 성급히 뛰어온다. 그의 대학 후배인 배성호(40·남) 씨다. 배씨는 “오는 길에 차가 막혔다. 강의가 시작된 것 같으니 서둘러 올라가자”고 말했다.

각자 차량에서 메모장과 필기구를 챙긴 두 사람은 인재원 내부로 발길을 재촉한다. 멀리 영주시에서 이곳 인재원까지 이들이 방문한 목적은 무엇일까. 김씨 일행의 뒤를 쫓아 봤다.

질의 쏟아진 농업인 교육 현장…참여 열기 ‘후끈’

이날 서울대병원 인재원 2층 분임토임실2에서는 후계농(후계농업경영인 줄임)을 위한 역량강화교육이 진행됐다. 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경기도 양주, 전라도 김제 등 전국 각지에서 수십 여명의 농업인들이 대거 몰렸다.

양주시에서 벼 농사를 짓고 있는 후계농업인 신두하(32) 씨는 “이번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차량을 운전해 도달했다”며 “농산물 생산성 증대와 정부 정책 관련 질의를 주고 받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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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이동초 행복한변화연구소 소장이 후계농(후계농업경영인 줄임)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3년거치 7년상환이 너무 짧다고요? 물론 그렇죠. 그런데 여러분이 아셔야 될 것은요…”

10시 30분께, 분임토임실2 내부로 들어서자 한 남성의 강고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동초 행복한변화연구소 소장이다. 교육 현장의 강사 신분으로 참여한 그는 30여 명의 농업인 앞에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이에 대한 답변을 주고 받는다.

이 소장은 ‘농업인 대출(3년거치 7년상환)의 상환 기한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후계농업인의 하소연에 근본적으로 농업인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농산물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판로확대 등 각종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3년거치 후 7년 간 3억 원(최대 대출금액)의 빚을 값기가 어렵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에 무조건적으로 상환 기한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본인이 그 만한 노력을 들였는가 심사숙고해야 한다.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여과 없이 투입한 후 정부의 정책을 꼬집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참여 교육생들 "경영 마케팅, 부족한 점 인지하게 돼"


점심 식사를 마친 오후 1시께, 5교시 수업으로 조별 토의시간이 열린다. 주제는 ‘나만의 마케팅 전략 소개’다. 교육생들은 저 마다 펼친 블로그 마케팅, 농산물 공판장 가격 협상 등 노하우를 소개하는 데 분주하다.

조별 토의를 마친 교육생들은 이 소장의 ‘농장들이 안일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모 후계농은 다른 농장주가 소개한 ‘지역 농장주와 판로 연대’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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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농업경영인 이정환(왼쪽) 씨와 김모(오른쪽) 씨가 자신들의 농장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수진 기자.

후계농 이정환(35) 씨는 “정부의 농업인 대출 지원이 상환하기가 어렵다며 무조건적으로 회피해왔던 것 같다. 다른 후계농들이 활용 중인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매출량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른 후계농 김모 씨(익명요구)도 “대출 상환 기한이 촉박하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지만, 스스로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에도 인지하게 됐다”며 “농산물에 대한 판로를 넓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수진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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