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오이 선별기 도입했더니... 출하작업 1.4 배 속도

임지혜 기자 2019-11-29 13:53:02
사진=인공지능 오이 선별기를 사용중인 고상철(우) 씨와 정확률 80%를 달성한 1 호기(우)
사진=인공지능 오이 선별기를 사용중인 고상철(우) 씨와 정확률 80%를 달성한 1 호기(우)

[스마트에프엔=임지혜 기자] 대부분의 농장이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 돼 있지만 오이는 아직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 대량으로 선별해 출하해야 하는 작업은 생산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 농업은 각종 자동화 기계의 보급으로 농사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다. 그러나 자동화가 진행되고있는 물 벼농사를 비롯한 일부 농작물에 한정되어 있고, 과채류 생산은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예를 들어 오이 생산은 많은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수확, 출하의 노동 시간이 길고, 오이 생산자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농사일에 쫓기게된다. 그래서 강원도 횡성에서 오이를 생산하는 고상철(35) 씨는 인공 지능을 도입해 오이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고상철 씨는 "강원도 원주의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시스템 개발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5년 전에 귀농을 결심하고 가업인 오이 생산을 이어왔습니다. 하다보니 오이 출하 작업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확기에는 5000~6000개를 8 시간 정도 걸쳐 선별 박스 포장 작업을 해야합니다."

오이 생산이 활발한 지역이라면 공판장에 대규모 선별기가 도입되어 있고, 생산자는 미선별 오이를 반입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가족 경영 농가나 소규모 농가에서는 기존의 선별기를 도입 할 수 없다.

고 씨는 "선별 작업을 자동화해 남는 시간에 오이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에 맞추고 싶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동 선별 장치의 개발에 나서기로 했죠."라고 말했다.

사진=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2호기
사진=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2호기

고상철 씨의 농장에서는 길이, 두께, 굴절 상태, 색, 상처의 유무 등에 따라 오이를 9 개의 등급으로 분류하여 각 상자 포장하여 출하하고 있다. 등급 기준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통합했다. 하지만 선별 방법을 프로그램 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 씨는 인공 지능에 오이의 등급을 판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 지능에 고씨의 농장 오이 등급을 학습시킬 필요가 있었다. 구글에서 오픈 소스로 공개하고있는 기계 학습 소프트웨어 'Tensor Flow '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계 학습은 교사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의 오이를 촬영하고 각각 숙련자가 판단한 등급 정보를 추가하여 인공 지능 오이 선별 기준을 학습시켜다.

고씨는 "9등급 각각 275개, 총 2475 장의 사진을 촬영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소프트웨어는 무료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은 웹캠의 구입비 정도가 들어갔다. 1호기 정확률은 80%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정확률을 높이기 위해, 위, 아래, 옆에서 촬영하도록 카메라를 3대 늘리고, 오이 8000개를 3 방향에서 촬영한 24000개 사진 학습시켜 보니 90% 이상 향상됐다. 이 결과에 선별후 박스 포장까지 자동화하려고 인공지능 판단에 따라 지정 상자에 오이를 운반 컨베이어 벨트까지 지정했다.

그런데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는 동안 오이 표면의 돌기가 떨어져,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선별 작업 자동화를 목표로한 고상철 씨는 방법을 다시 강구했다.

"선별 작업의 완전 자동화는 아직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등급을 선별 후 인공지능에 해당 등급 결과치를 넣어 박스 포장을 시도했습니다."

사진=오이를 넣어 즉시 등급이 표시되는 3 호기
사진=오이를 넣어 즉시 등급이 표시되는 3 호기

이렇게 방법을 전환한 고상철 씨는 3호기를 가동했다. 인공 지능이 판단한 등급을 나타 내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준비하고 그 위에 오이를 올려 놓으면 상단의 카메라가 촬영하여 오이의 아래에 등급이 표시 되도록했다. 다시 36,000 개의 오이의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교사 데이터에 기계 학습시켜서 80% 정도의 정확률을 확보했다.

등급을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발송 작업을 줄일 수 없다고 생각 될지도 모르지만, 2018 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출하 작업에 도입 한 결과, 지금까지에 비해 선별 작업을 1.4 배 정도 빨리됐다는 것이 고상철 씨의 설명이다.

"현재 80% 정도의 정확률도 출하 작업을 완화하는데 도움이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등급보다 높게 판단 해 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거래처와의 신용상 문제가 되기때문에 앞으로 교사 데이터를 늘려서 정확률을 높여 갈 예정입니다. 자동 선별기의 개발은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하지만 결코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출하 작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자동 선별에 종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농업의 스마트 화가 요구되는 요즘, ICT의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부, 연구 기관 또는 농업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생산자 스스로 개발하는 시대가 오고있을지도 모른다.



임지혜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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