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북 청년농부 모여라"...영농 필수교육 현장 가보니

이동초·이환의 강사, 흥미유발형 수업으로 교육 참여율 높여
임해정 기자 2019-12-06 13:41:05
김선우(왼쪽·조장) 교육생이 자신들이 작성한 경영 장부를 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김선우(왼쪽·조장) 교육생이 자신들이 작성한 경영 장부를 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스마트에프앤=임해정 기자] 6일 오전 9시 30분, 한국건강관리협회 세종지부 6층. 출근 시간이 지나 한적함이 감돌던 이곳 현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볼펜과 명찰, 필기 노트를 손에 든 이들은 건강문화홀이라고 적힌 강연장 문을 열기 시작한다.

30여 개의 좌석이 마련된 건강문화홀 내부는 불과 10여 분만에 사람들로 가득찬다. 앳된 얼굴의 젊은 청년부터 흰 머리카락이 자란 중년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대거 몰린다. 자리에 착석한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이름이 걸린 명찰을 목에 걸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날 건강문화홀에서는 충북권 청년 창업농(만 21세~41세)들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청년창업농 필수교육’이 진행됐다. 청년창업농 필수교육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가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농정착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 역할 분담형 수업에 교육생 귀 ‘쫑긋’

"교육장까지 찾아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농장 모의경영' 강연을 맡게 된…"

초침이 10시 정각을 가르킬 무렵,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강연장에 울려 퍼진다. 기업 컨설팅·마케팅 전문가 이동초(행복한변화연구소 소속) 강사다. 자신에 대한 간략 소개를 마친 그는 '모의경영'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며 교육생들의 시선을 끈다.

'농장 모의경영' 강연은 교육생 개개인에 역할을 부여하고 참여를 이끄는 조별 수업이다. 6~7명씩 짝을 지어 5개 조를 형성하고, ▲조장(리더) ▲비서(조장 보조) ▲총무(장부 기재) ▲서기(총무 보조) ▲보급책(물품 조달) ▲대변인(발표)에 이르기까지 조원들이 담당할 역할을 분담한다.

6일 이동초 행복한변화연구소 코치가 창업농들에게 '농장 모의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6일 이동초 행복한변화연구소 코치가 창업농들에게 '농장 모의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임해정 기자.

이 강사는 실제 농장을 경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해주시기 바란다”며 “개개인 참여와 현실감을 높이고자 각자 맡은 임무도 부여했다. 5시간 가량의 농장 모의경영을 모두 마친 후 각자 느낀 바를 얘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사의 진두지휘 하에 재배 품목을 결정한 교육생들은 경영 장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초기 투자금부터 농지 임대비, 자본 대출, 시설 운영비, 유류비 등에 이르기까지 한 해 예상되는 수요지출 안을 빠짐 없이 기재한다. 모 교육생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 피해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질의하며 수업에 열띤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휴식 시간도 아깝다" 모의경영에 열 올린 교육생들...왜?

점심식사를 마친 12시 40분께, 오후 1시까지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지만 창농들은 자신들이 계획한 모의경영 안을 검토하는 데 분주하다. 2개의 조원들이 일찌감치 모여 누락된 사항, 지출계산 오류 등을 재차 확인하는 모습이다.

2개 조 교육생들은 "모의경영이 아닌 실제 경영체라고 생각하니 쉴 틈이 없다"고 말문을 연다. 실제 농장경영에 앞서 명확화된 데이터를 구축, 창농 실패를 예방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교육생 김선우(33·남) 씨는 "이번 모의경영에서 소득 창출에 실패할 경우, 우리 농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조원들이 성공적으로 해내자는 데 한 뜻을 모았다"며 "그간 몰랐던 지출 사항과 계산 방식을 배워가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육생 조연순(38·여) 씨는 "재배작물을 관리하는 데 바쁘다는 핑계로 농장 경영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지금하고 있는 모든 내용이 그간 간과했던 내용들이다. 향후 농장을 경영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돼 조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언급했다.

◆ 흥미 이끄는 홍보 마케팅 퀴즈..."두뇌는 우리 조가 으뜸"

오후 1시께, '지역 상생 마케팅' 수업을 앞두고 강사진의 바턴 교체가 이뤄진다. 농업 종사 16년 차 이환의 강사가 주인공이다. 이환의 강사는 "교육생들의 참여 열기와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며 "지금 분위기 그대로 오후 수업을 이어가겠다. 정면 스크린을 주목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장 정면 스크린에는 모 회사의 TV광고 한 장면이 등장한다. 교육생들은 조별 회의를 통해 해당 광고가 어떤 제품에 대한 광고인지 맞춰야 한다. 도마를 써는 식칼, 펩시-코카콜라, 건물마저 붙이는 딱풀 광고에 교육생들은 "과대 광고 아니냐"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이 강사의 강연 주안점은 여기에 있었다. 광고 마케팅에 미흡한 청년 농업인들이 과도하고, 자극적인 마케팅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강사는 "자신의 농장을 알리기 위해 판촉물을 제작하는 분들도, 유튜브를 시작한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과도한 광고는 반드시 피하시기 바란다. 소비자 민원이라는 역효과를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최근 모 창업농이 유튜브를 통해 친환경 재배에서는 자신이 1등이라고 전한 내용이 있었다"며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확보한 단골 고객마저 잃을 소지가 충분하다. 조별 회의를 통해 그간 자신이 선보여 온 마케팅 전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후 5시, 금일 수업을 마무리 하겠다는 이 강사의 발언을 끝으로 교육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교육생들은 조별수행 내용을 사진 촬영하고 강사의 연락처를 묻는 등 유익한 정보를 얻어가는 데 분주하다.

교육생 김영환(28·남) 씨는 "긴 교육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 것 같아 믿기지가 않는다"며 "여러가지로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농장 경영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교육 동기라는 듬직한 아군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임해정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