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축산' 축사 수목원처럼 조성...냄새↓·시각효과↑

제주 구좌읍 양돈 농가
좋은 환경이 주는 시너지효과 스마트 축사
박노중 기자 2020-01-07 11:02:00
사진=동부축산 항공 사진 .
사진=동부축산 항공 사진 .


제주산 돼지고기는 타 지방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품종이 우수하다는 평도 듣는다. 이는 제주 양돈농가가 양질의 고기를 얻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친환경·자연순환농법으로 맛과 영양을 높이고, 청결한 돼지고기를 생산하려는 제주 양돈업계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주 양돈업계를 덮친 먹구름

현재 제주도 양돈산업은 위기다. 그동안 보호막이 돼 왔던 ‘타 지방산 돼지고기 반입 금지’가 풀렸기 때문이다. 이제 업계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양돈산업을 친환경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더 이상 축산악취와 축산폐수 무단배출 등으로 도민들의 원성을 사서는 안 된다.

제주에서 하루에 도축되는 돼지는 약 3,500마리다. 이 중 30%는 도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다른 지방으로 보내진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품질이 뛰어난것으로 알려져 육지산에 비해 값이 비싸다. 이 때문에 반입이 금지돼 있던 동안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값비싼 돼지고기를 먹어야 했다.

이로 인해 “타지방산 돼지고기를 먹게 해 달라”는 요구도 꾸준히 있어 왔다. 그 요구가 마침내 받아들여졌고, 이는 제주 양돈산업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위기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이 오래전부터 양돈산업의 친환경산업화를 외친 곳이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제주동부축산영농조합법인(대표 김태우, 이하 ‘동부축산’)이다. 동부축산은 1997년 1월 설립된 영농조합이다. 이를 통해 원자재(사료, 약품, 기자재) 공동구매, 번식·육성·비육의 분업화 경영, 종돈 수입으로 체계적 개량 등이 이뤄진다.

제주도 내에서 가장 많은 2만 2,000두를 사육하고 있는 동부축산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는 도내는 물론 전국 각지로 보내지고, 조합에서 만든 ‘몬트락’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제주도산 돼지고기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 ‘몬트락’에 납품된다.



양돈장=혐오시설? NO!


동부축산에서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친환경 자연순환농법으로, 동부축산은 2009년 12월 환경친화 축산농장으로 지정됐다. 이어 2013년 7월에는 친환경 농산물(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기도 했다.

특히 동부축산은 마치 수목원처럼 보인다. 농장 주위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데에만 10억원(돼지 1두당 1목)을 투자한 덕분이다. 이는 ‘양돈장=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함으로, 양돈장을 수목원처럼 조성해 냄새를 저감시키고 시각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이곳은 직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애를 쓴다. 현재 동부축산에는 외국인 연수생 13명을 포함해 총 43명이 일하고 있다. 상주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농장에는 4동의 사택이 조성돼 있고, 자녀를 위한 장학금 지급과 월 1회 이상 직원 안전교육 실시 등 직원 복지와 안전에 힘쓰고 있다.

동부축산이 이처럼 번듯한 직장으로 자리하는 데는든든한 ‘응원군’의 힘이 컸다. 응원군은 바로 ‘스마트축사’이다. 이곳에서 전기를 담당하는 현진협 차장은 스마트 축사 자랑에 침이 마른다. 현 차장은 “스마트 축사를 도입한 이후 일손을 많이 덜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도움이 필요한 돼지에게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생산성이 많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사실 동부축산이 스마트 축사를 본격적으로 구축한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지금의 설비를 갖췄으므로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효과는 벌써부터 톡톡히 보고 있다. 단적인 수치로 MSY(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간 생산한 돼지 중 출하체중이 될 때까지 생존해 판매된 마릿수)가 0.3~0.5돈 증가했다. 어미돼지가 1년에 2.3~2.4회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1마리는 더 낳는다는 계산이나온다.



스마트 축사에도 공부는 필수


사양 관리가 편해졌다는 것도 스마트 축사의 장점이다. 불필요한 일손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능률이 오르고 있다. 동부축산의 스마트 축사 설비로는 환경관리기, 포유모돈자동급이기, 냉방기 등이 있다. 이중 환경관리기는 돈사의 온도와 습도 등을 표시해 주고, 이상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 폰 알람으로 통보해 주기도 한다.

포유모돈자동급이기는 어미돼지에게 버튼을 눌러 사료를 주는 설비다. 어미돼지의 먹는 행동으로 건강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어 양돈장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냉방기는 현 차장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설비다. 과거 여름철이면 무더위에 지쳐 폐사하는 돼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냉방기를 들여놓은 후로는 여름철 돼지 폐사가 많이 줄었다.

이들 시설을 갖추는 데 10억원이 들었다. 그중 동부축산이 5억원을 부담하고 국가(3억원)와 지자체(2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액수는 동부축산이 단일 농장으로서는 전국 최대 규모이기에 10억원짜리 사업이 된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작은 농장의 경우 1억~2억원이면 충분히 설비를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을 갖춘다고 해서 돼지 사육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축사는 데이터를 쌓아주고 작동을 편리하게 도울 뿐이지 인공지능은 아니다. 사람이 데이터를 보고 돼지의 상태를 파악한 뒤 간단한 동작으로 돼지를 관리토록 보조하는 것이 스마트 축사의 역할이다.

돼지는 생물이기 때문에 절대로 기계가 길러 주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시설을 움직이고 돼지를 기르는 것은 사람이다. 다만 일이 좀 편해지는 것뿐이다. 사람이 돼지의 습성이나 양돈 기술과 관련한 공부를 해야스마트 축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는 곧 기회

동부축산의 스마트 축사 장비는 모두 국산이다. 현차장에 따르면 예전에는 외국산이 좋았지만 지금은 국산 제품도 품질이 좋아져 뒤질 것이 없다. 게다가 외국산은 고장이 났을 경우 부품을 기다리는 데 1주일이 더 걸리는 등 오히려 불편만 크다. 현 차장은 국산 장비와 관련한 재미난 일화도 들려줬다.

“한번은 외국의 한 양돈농가를 견학 갔는데, 그곳 사람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스마트 축사 제품을 쓴다’며 한국산을 보여주지 뭐예요. 그만큼 국산 장비도 품질 면에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국산 제품에 불만을 가진 농가도 있는 듯하다”는 물음에도 현 차장은 “스마트 축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한 기업들 역시 덩달아 급증한 탓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제품도 나온다”며 “그러나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의 제품이라면 안심해도 된다. 우리도 큰 불편함 없이 잘 쓰고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돼지는 대부분 흑돼지가 아니다. 동부축산도 95%가 백돼지이고, 흑돼지는 5%뿐이다. 이는 생산성 때문인데, 보통 백돼지는 생후 180일이면 출하되는 반면 흑돼지는 200일을 키워도 백돼지만큼의 무게가 나오지 않는다. 새끼도 덜 낳는다. 그래서 흑돼지 고기가 비싼 것이라고 현 차장은 전했다.

흑돼지가 무조건 맛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환경에서 알맞은 사료를 적당량 먹으며 자란 건강한 돼지가 맛도 좋다고 현 차장은 말했다. 돼지는 보통 생후 6개월께 출하된 것이 육질이 가장 좋다고 그가 덧붙였다.

“돼지는 아주 예민한 동물입니다. 환기를 잘못하면 폐병으로 죽어 버릴 정도죠. 따라서 체계적이며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스마트 축사가 최적입니다.”

타 지역산 돼지고기 반입 금지 해제는 분명 제주 양돈업계로서는 악재다. 하지만 스마트 축사를 활용해 제주산 돼지고기를 더욱 차별화한다면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박노중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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