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파머] 김민수 대표, 똑똑한 느타리버섯 재배로 미래농업스타상 타다

'청량버섯농원' 김민수 (38 강원 홍천)
작물이 원하는 최고의 식단 스마트 팜
박노중 기자 2020-01-15 10:00:41
사진= 김민수 '청량버섯농원' 대표
사진= 김민수 '청량버섯농원' 대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원인은 대개 엄청난 것이 아니다. 작은 차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스마트 팜도 마찬가지다. 같은 장치라도 작물에 따라 그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다. 사용자는 ‘이 장치가 얼마나 대단한 기능을 갖췄느냐’보다 ‘이 장치가 내 작물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작물에 맞는 생육환경이 중요


청량버섯농원 김민수 대표는 올해 들어 부쩍 바빠졌다. 매일같이 쇄도하는 취재 요청에 응해야 하고 강의에다 방송 출연 요청도 쏟아지기 때문이다. 견학을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6년 스마트 팜을 선도하는 ‘미래농업스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는 몇 가지 어려운점이 있다. 먼저 기존 엔지니어들은 작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한, 각 작물에 특화된 장치는 현재 수요가 많지 않아서 개발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작물의 특성에 맞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것을 이뤄내고 있다.

버섯은 스마트 팜 이전에도 시설 현대화가 굉장히 잘이루어진 작물 중 하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장치에서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시설원예 ICT 융복합 확산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이는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기존 시설보다 더 정확하게, 작물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는 “우리가 만든 장치를 써 달라”며 자신을 찾아온 장치개발업체 영업사원을 거꾸로 설득해 “버섯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소(온도, 습도, CO2, 빛)를 모두 제어하는 장치를 한번 개발해 보라”고 권했고, 한 CCTV 업체에는 ‘버섯농장에 적합한 내구성과 화질 조건을 갖춘 CCTV’ 개발을 제안했다.

‘사람마다 체질에 맞는 음식이 다르듯이 작물도 생육 환경에 맞는 시스템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상식’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자신의 농장, 자신의 작물에 특화된 스마트 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제는 이용이 편리하고 작업에 효율적인 시설을 갖춰 100% 활용하고 있다.

작물이 언제 잘 자라고 언제 잘 못 자라는지 데이터를 분석한다. 작물의 영양과 환경에 대한 ‘최고의 식단’을 짜고, 자동화된 시설로 공급한다. 이 모든 게 ‘스마트 팜’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원화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기만 하면 데이터 수집 내용부터 분석과 활용, 농장 제어까지 모두 할 수 있다.

사진=재배실에는 CCTV가 달려있어 언제든지 작물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지켜볼 수 있다. 작물의 영양과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
사진=재배실에는 CCTV가 달려있어 언제든지 작물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지켜볼 수 있다. 작물의 영양과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

스마트 팜 도입 때 명심해야 할 3가지 법칙


그런 김 대표가 스마트 팜을 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일명 ‘스마트 팜을 도입하려고 할 때 명심해야 할 3가지 성공법칙’이다. 첫째, 도입하려는 장치가 내 작물에 적합한 장치인가 살필 것. 둘째, 작물의 특성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가 제공되는지 확인할 것. 셋째, 스마트 팜을 도입한 이후에 한 번은 원래 하던 대로 재배해 볼 것. 등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는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뻔한 이야기다. 문제는 세 번째 이야기다. 기껏 스마트 팜을 도입해 놓고는 예전에 하던 대로 하라니. 그 의미가 아리송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게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예전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 스마트 팜의 핵심은 ‘데이터에 입각한 판단’과 ‘효율적이고 편리한 환경제어장치’로 생산량과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때 데이터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재배 방식에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지은 후에 예전 방식보다 얼마나 더 효과적이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앞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본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마트팜을 도입한 후 처음 한 번은 예전에 하던 대로 재배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팜 기술은 오늘도 진화하는 중이다. 기술도 발달하고 작물 특성에 맞춘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이때문에 김 대표도 올해 ‘균에서 버섯이 되는 과정’을 제어하는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버섯 균을 배양하는 일은 밭농사에서 토양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해 생산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원래 있던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도 계속 업데이트되는 중이다. 그래서 ‘스케줄 재배’ 기능처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버섯은 7~8일이면 크는데, ‘스케줄 재배’는 그 7~8일 치 환경제어 데이터를 한번에 미리 입력해 자동으로 환경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기상예측정보와 이전 작기의 데이터를 참고해서스케줄 재배를 걸어놓고 모니터링을 한다. 빅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스케줄 재배의 예측 적중률이높아질 것이다.

사용하기 더 편리하도록 화면 구성이 업데이트되기도 한다. 각종 데이터가 숫자로만 쓰여 있는 것보다 그래프가 더 이해하기 좋고, 구석에 숨겨진 버튼보다는 눈에 띄는 버튼이 더 클릭하기 좋다. 스마트 팜을 운용하는 농부 스스로가 활용하기 편리해지는 것이다.

사진=40여개가 넘는 느타리버섯 재배실. 각 방에는 컨트롤 박스가 놓여있어 환경을 제어한다.
사진=40여개가 넘는 느타리버섯 재배실. 각 방에는 컨트롤 박스가 놓여있어 환경을 제어한다.

쓸수록 유용해지는 ‘농사 도구’ 스마트팜


스마트팜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유용해지는 농사도구다. 빅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면 어떤 새로운 기능이나 장치가 더 필요한지도 알아낼 수 있다. 해마다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인 시스템들이 개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나날이 발전해 가는 스마트 팜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각 농가의 자금만으로는 스마트 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원받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그 과정을 잘모른다는 거죠.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은 많아요. 심사를 받고 나서 대상이된 다음부터는 다른 사업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김 대표는 이어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지금은 귀농 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지역별로 다양한 귀농·귀촌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 만큼 어떤 작물을 기를지 깊이 생각해서 결정한 다음 좋은 정책들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농사 경험이 없다면 스마트 팜을 바로 도입하기보다는 먼저 농사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야 작물을 이해하고 농사 중에 벌어지는 돌발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 팜 때문에 바빠졌지만, 그래도 스마트 팜 덕분에 한시름 놓는다. 그는 늘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며 스마트 폰으로 농장을 살핀다. 조정할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조정한다. 물론 작은 화면에 농사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그는 직접 발로 현장을 돌아보고 작물을 살피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걸음을 효과적으로 내디딜 뿐이다. ‘작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과를 거둘 유용한 도구’ 스마트 팜 덕이다.



박노중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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