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파머] 노규석 "‘농식품 ICT 융복합 확산사업’ 통해 50% 지원받아"

'태곡농원' 노규석 (36 경남 합천)
새내기 농부에게 자신감 심어준 스마트 팜
임해정 기자 2020-01-17 10:51:00
사진=노규석 태곡농원 대표
사진=노규석 태곡농원 대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 동안 먹고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말이지만, 오늘날 농가 지원과도 썩 잘 어울리는 말이다. 스마트 팜 보급과 교육을 통해 농부 스스로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을 깨치도록 해야 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 팜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가 있는 경남 합천의 가야산 국립공원에는 10여 개의 파프리카 농장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에도 기후가 서늘해 고랭지 재배가 가능한 까닭이다. 이들 가운데 태곡농원의 스마트 팜 시설을 둘러보았다.

이곳의 대표인 노규석 씨는 2년 남짓한 경력의 새내기 농부다. 10년 넘게 파프리카를 재배해 온 아버지의 농장에 IT를 전공한 노규석 씨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스마트 팜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토마토와 오이도 키우지만 태곡농원의 주요 작물은 파프리카다.

파프리카는 스마트 팜에서 재배되는 대표적 작물이다. 노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파프리카 농장은 대부분 넓은 의미의 스마트 팜이라고 할 수 있다고한다. 20년 전에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파프리카를 처음 수입할 때 재배 기술과 함께 설비 환경까지 들여왔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설비는 온도에 따라 온실의 창이 열리고 닫히는 컨트롤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노 대표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원 역시 그랬다. 원시적인 스마트 팜이었던 것. 그러던 것이 지금은 태곡농원처럼 온도뿐 아니라 습도, HD(습도 부족 분) 등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 창을 여닫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기계가 이렇게 똑똑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리 데이터를 분석해 세팅 값을 세밀하게 입력해 놓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세팅 값은 경험 데이터에 기반을 둔것이라 초보 농부들은 이것을 알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스마트 팜 운영이 가능한 것은 지역 농업기술원에서 파견 나온 컨설턴트가 세팅 값을 입력해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어르신 농부들이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밀착지원 제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귀농인들이 농사에 입문하기는 예전보다 더 수월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스마트 팜을 널리 보급하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진=태곡농원 환경제어 및 모니터링 ICT 장비 시스템.
사진=태곡농원 환경제어 및 모니터링 ICT 장비 시스템.

스마트 팜은 초보 농부의 ‘농업 안내서’

파프리카의 성장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와 더불어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이다. 태곡농원에서는 이를 ICT 장비로 조절한다. 이 밖에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여러 변수를 적용해 성장 환경을 제어한다. 가령 예전에는 햇빛의 양에 따라 물을 주었다면 지금은 흙이 물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가를 보고 물을 공급한다. 흙이 물을 머금고 있는 정도는 육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흙에 심어 놓은 센서로 측정한다.

센서는 수집한 정보를 컴퓨터로 보내고, 컴퓨터는 이를 분석해 메인 패널로 넘긴다. 분석된 데이터를 넘겨받은 메인 패널은 미리 설정해 놓은 값을 기준으로 물의 양과 공급 여부를 판단한다.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도 센서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보고 컴퓨터가 판단해 조합해서 공급한다.

예로 든 수분측정 센서 외에도 온도 측정 센서, 일조량 측정 센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센서 등 여러가지 센서가 있다. 각 센서가 측정한 값은 컴퓨터로 모이고 컴퓨터는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메인 패널로 정보를 보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한다. 태곡농원의 농사는 각종 센서가 짓는 셈이다.

새내기 농부에게 자신감 심어준 스마트 팜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긴 했어도 작물 재배 경험이 전혀 없는 노 대표가 이렇듯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던 것은 ICT를 이용한 스마트 팜 덕분이다.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노 대표는 기계 설비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아버지 세대가 한 것처럼 하루에 몇 번씩이나 하우스를 살펴보지 않고도 농장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3개의 농장을 합쳐 11,220㎡을 관리한다고 해서 거대한 설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하다. 작업실 한쪽에 놓인 컴퓨터가 온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농장의 규모가 지금보다 늘어나도 컴퓨터만 바빠질 뿐 사람의 손이 일일이 가지 않아도 된다. 외부 일을 보지 못한 채 종일 하우스에 매달려 있거나, 밤에 하우스를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칠 일도 없다.

사진= 태곡농원 양액 시설.
사진= 태곡농원 양액 시설.

스마트 팜, 보급 못지않게 교육도 중요

태곡농원이 지금과 같은 ICT 설비를 갖추는 데는 약 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온도, 습도, 물의 온도, 보일러 상태, 미싱밸브 상태를 센서가 파악해 컴퓨터로 정보를 보내면, 컴퓨터와 연결된 메인 패널이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는 양액 시설도 포함된다. 네덜란드 P사의 것을 수입하느라 비용 부담이 컸는데 ‘농식품 ICT 융복합 확산사업’을 통해 50%를 지원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스마트 팜 기술의 발전으로 파프리카의 수확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것은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곡농원의 생산성에 대해 묻자 노 대표는 “파프리카 재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미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상태라 ICT 도입 전과 후로 성과를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데이터 활용 기술 덕분에 발전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3.3㎡당 50~60㎏을 수확했는데 지금은 70㎏으로 늘었다. 생산성이 얼추 15%는 향상된셈이다”라고 답했다.

노 대표는 “중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한다. 컨설턴트가 주기적으로 와서 표준데이터를 토대로 적정 세팅 값을 입력해 주기는 하지만 날씨에 따라 미세하게 값을 조정하는 것은 농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의 손에만 의지하게 되면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빨리 대응할 수가 없다.

이에 그는 “스마트 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스마트 팜 시설뿐만 아니라 온실 운영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교육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IC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농가도 ‘스마트 농업인’으로 변신할 수 있을듯하다.



임해정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