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욱 "소박하지만 삶의 질 누리니 뿌듯하죠"

경상남도 고성군 범우농가
윤종옥 기자 2020-01-21 09:03:52
사진 = 범우농가 박완욱 대표
사진 = 범우농가 박완욱 대표


"그저 어릴 적부터 농촌에서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작은 규모로 10마리 정도의 소를 키우며 틈나는 대로 농장 일을 돕고 배우며 전업농을 꿈꿔왔던 게 전부였습니다."

박완욱 대표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한우 농장을 시작으로 해, 지금은 30년 넘게 한우만을 키워 온 베테랑으로 거듭났다. 그는 농업 고등학교로 진학을 원했지만 집과 거리가 멀었던 탓에 가까운 인문게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축산 분야와 농장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일을 해본적은 없었다고 한다. 10대와 20대를 보낸 박 대표는 서른 살이 될 무렵, 본격적으로 본인만의 한우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해서 벌써 30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꼭 필요한 ICT시설만 도입

그러나 범우농장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혼자서 운영을 해오던 박 대표도 가장 사료를 주는 일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일들이 이제는 힘에 부치게 된 것이다. 생산성과 운영의 효율에 대한 고민은 커지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내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그간 농장 일에 얽매여 외부 모임이나 개인적 여가를 갖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왔다고 박 대표는 전한다.

그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어느 책자를 통해 ICT융복합지원사업에 관한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을 결심하게 되었고 군을 통해서 해당 시설 사업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관련 시설과 장비에 대한 자금 부담이 컸기 때문에 지원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원 사업을 통해 TMR배합기, TMR급여기, CCTV를 한꺼번에 도입했다. 어차피 도입할 것들이었기 때문에 지원 사업으로 보조를 받는 김에 처음부터 한 번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다 받는 게 나을거란 판단에서였다. 6,280㎡ 면적의 2개 사육장에 송아지를 포함한 한우가 180두 정도인 범우농장을 박 대표가 혼자 운영하는 중인데, 규모를 더 확장하려는 생각이 없다는 박 대표는 현재 규모에서 그 이상의 시설이나 장비는 오히려 더 불필요하다는 생각에 지금 수준이 딱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가장 원했던 건 사료자동급이기로, 그외에 장비는 특별히 생각해 본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장비에 문제가 생긴다면 보통은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수리를 받고 있으며, 급할 때는 수동을으로 전환해 대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직 별도의 데이터 분석을 하진 않아서 데이터를 통한 개선 사례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사료 회사를 통해 컨설팅을 받아 사료 급이를 개선하기도 한다고 했다.

청결해진 축사와 삶의 질 향상

외부 모임 참석 전 박 대표는 반드시 휴대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한다고 전했는데, 우사를 비우는 동안 실시간으로 휴대폰을 통해 우사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CCTV 도입 전에는 불안한 마음으로 외부 모임에 참석했는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우사 안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하루 1~2회정도 스마트폰을 통해 CCTV를 체크하고 있는 박 대표는 평균적으로 따져봤을 때 매일 1시간 이하 정도만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예전처럼 사료를 가지고 해야하는 노동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도도 훨씬 줄었다.

또한 사료 회사의 주기적인 사료 배합 컨설팅을 받으면서 TMR배합기로 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최적의 타이밍에 급이할 수 있어 소의 품질도 좋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주로 해야하는 사료와 관련된 일들이 장비를 통해 자동화가 이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사 환경이 청결해진 점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업체 선택의 어려움

박 대표는 시설 업체들이 아직은 중소 및 영세 업체들인데 운영이 불안하거나 홍보조차 잘 안 되는 회사들이 많아서 아쉽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원 사업을 받은 농가가 관련 업체를 찾는 것부터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도입하려는 농가에서는 적어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다른 농가를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고 조언을 듣는 등 도입 전부터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영세한 농가는 자금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사업을 좀 더 확장해 농가의 경쟁력을 키워준다는 취지하면 농가의 자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사진=스마트팜 CCTV 모니터링
사진=스마트팜 CCTV 모니터링


"스마트팜 덕분에 자족(自足)하는 삶 살고있죠"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됐기 때문에 따로 큰 목표나 비전같은 건 없습니다." 범우 농장은 송아지까지 합해 총 180두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이 정도 규모로 운영 해온 것이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거리 제한 문제 등으로 굳이 농장을 확장할 이유도 없고 아직 농장을 물려줄 후계농도 따로 없다고 덧붙이면서, 지금 규모를 유지하며 꾸준히 농장 운영을 이어갈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에서도 농가들이 번식 쪽만 하거나 비육 쪽만 하는 등 소를 더 늘리고 규모를 확장하려고 하는 곳이 많지 않다. 박 대표도 역시 지금 스마트팜 도입으로 노동의 질과 그에 따른 성과에 만족하기 때문에, 현재 규모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더 편한 조건과 환경에서 더 좋은 품질의 소를 꾸준히 키워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생산성 향상 등 성과가 소비로 연결되기까지가 어려운 점을 언급했다. 돼지나 한우 등 축산물 가격 파동 선례 등을 통해 성과가 좋아져도 수입이 월등하게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전했다. 따라서 농민과 정책 관련자 등이 모두 좀 더 깊이 있는 논의와 적절한 준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종옥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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