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팜’ 고임석 "쌀 대체작물 육성·복합영농화 계획"

‘가고팜’ 고임석(46 경남창원)
농산업의 규모화를 통해 복합영농의 미래를 개척하다
박노중 기자 2020-01-21 08:55:00
사진=고임석 ‘가고팜’  대표
사진=고임석 ‘가고팜’ 대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과 부모님의 농사를 승계하고자 시작한 귀농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결정과 직업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를 만나보며 그가 가지고 있는 농산업의 비전과 농업인으로서 목표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농업인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새로운 삶, 새로운 농업


고임석 대표는 창원시의 대기업에서 8년, 그리고 IMF 이후 중소기업에서 다시 8년간 근무했다. 그는 ’16년 직장생활을 접고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아 농산업의 규모화를 통해 복합영농의 미래비전을 그리고 있다.

“IMF 당시 다니던 대기업에서 나와 회사를 여기저기 옮겨 다녔죠. 중소기업에서 4년 정도 다니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조금 다니다 회사를 옮겨야 되나!’ 고민하던 차에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여러가지 농사를 지었던 경험이떠올랐죠. 장기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시골에는 나이드신 어른분들이 대부분인데 심각한 고령화 상황에서 저에게 농업은 오히려 경쟁력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그는 대구 전략인재개발원에서 기초반 3개월 코스와 심화반 3개월 코스 총 6개월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SNS 활용, 마케팅, 법률, 현장 탐방까지다양했다.

“현재 농업은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인터넷 관련 교육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부산의 녹색기술학원에서 버섯재배 과정 교육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강의를 해주신 분이 지금의 멘토가 됐습니다. 교육을 받으며 시시때때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표고버섯을 해도 되겠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고임석 대표는 귀농 후에도 교육의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창원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산물 가공을 배웠다. 단감,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을 이용한 잼, 주스, 건조해 만드는 분말 등 기초이론 실무, 창업과정까지 섭렵했다. 이외에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에서는 신규 귀농인 교육(4기)도 받았다.

쌀 대체작물 육성 및 복합영농화 계획 세워


고 대표는 귀농 후 부모님께서 하시는 농사일을 도우면서 문제점을 분석했다.

“농민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생산되고 있음에도 쌀은 국제 시세보다 곱절 이상 비싸고,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농민은 직접 지불금이 지원되므로 쌀농사를 우선적으로 짓게 되지만 소비와 쌀값은 하락하고, 하락한 만큼 변동 직불금은 늘어가고 남아도는 쌀은 세금으로 보관하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혹자는 한국의 농사를 ‘아스팔트 농사’라고 합니다. 그간 국제 변화에 애써 귀를 막고 관세화 반대, 쌀 목표가격 인상 및 직접지원 확대 등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달콤한 대책에 더 매달려온 그간의 형태를 비판적으로 비유한 것이죠.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의 쌀농사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해결점을 찾아 농산업을이어가고자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고 대표는 농산업의 규모화와 함께 쌀 대체작물의 육성 및 복합영농화 계획을 그렸다. 그동안 부모님이 한 평생 동안 지어 오셨던 수도작이 지금과 별다른 발전이 없고 더 나아진 생활 요건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농산업을 영위해 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수도작은 4월부터 10월 정도, 보리는 11월부터 5월 정도, 양파는 11월에서 5월, 키위는 5월에서 10월 정도의 작업이 이뤄집니다. 수확이 이루어지는 5월, 10월, 11월을 제외한 1월부터 4월, 6월부터 9월은 수입원이 없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죠. 그래서 제가 복합영농을 생각했습니다. 연중 수입원을 만들어야 농촌에서 살아가기가편하다고 판단했죠. 수입원이 없는 1월부터 4월, 6월부터 9월에 집중적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해서 연중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서 주는 귀농창업 자금을 신청해서 3억을 받았다. 3억을 이용해서 논을 구입했다. 약 1,600평 정도 된다. 이 토지를 이용해서 수도작, 보리, 양파, 버섯 등을 재배했다. 또 경상남도에서 주관하는 청년 창업농 자금을 받았다. 경상남도에서 40세에서 45세까지 100만 원을 1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경상남도에서 만든 청년 창업농 제도를 통해 추가 자금을 받을 수 있었죠. 이자금이 농촌에 정착하는데 생활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창업농은 나이가 맞지 않아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사진=웰빙버섯영농조합법인 배지센터
사진=웰빙버섯영농조합법인 배지센터


웰빙버섯영농조합법인 세워 청도에 배지 공장 완공

고 대표는 본격적으로 농산업의 규모화와 복합영농화를 실현하기 위한 6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기 위해서 2,000평이던 논을 이듬해 4,000평으로 그 이듬해에는 9,000평으로 늘려나갔고 4년째인 지난해에는 18,000평으로 늘렸다. 그의 계획이 완성될 때쯤 해인 2021년에는 약 4만 평의 논을 확보해 농사를 지을 것이다.

또 논 1필지를 버섯 재배사로 전환하고 약 1,330평의 논에 10동의 버섯 재배사를 만들 예정이며, 주 작목은 표고버섯 재배사로 배지센터를 설립하고 배양동 3동을 구축하여 명실 상부한 복합영농의 밑그림을 완성할 예정이다.

표고버섯 재배는 월급 받는 사람처럼 매달 돈을 벌수 있는 구조를 생각해서 시작했다. 논이 3군데 있는데 두 곳은 수도작 한 곳은 표고버섯 재배사를 지었다. 향후 토지 한 곳은 현재의 재배 경험을 살려 표고버섯 재배를 늘려갈 계획이다. 한 번에 하지 않고 천천히 해야 위험하지 않다.

“지금은 배지를 구입하고 있지만 수익구조를 좋게 하려면 배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표고버섯 교육을 받았던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2018년 1월에 웰빙 버섯 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었고 청도에 배지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배지가 만들어집니다. 현재 조합원은 15명이고 건물은 150평 정도에 두동 건물이죠. 그곳에서 배지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판로 개척을 위해 경매와 SNS를 활용하고 가고팜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과거 원목으로 표고를 재배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판로 확보가 힘들어서 경매로 90% 정도 판매했죠. 나머지는 일반 경로로 판매하는데 발로 뛴결과 운이 좋게 판로를 개척하여 협약을 맺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SNS 등을 이용한 판매도 늘려갈 생각입니다. 창업명은 가고팜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산항을 배경으로 한 가고파라는 가곡이 있죠. 그 노래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처음에는 고팜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제 성이 고씨라서 그렇게 지었는데 사람들이 배고프다는 느낌이 있고 어감이 별로 좋지 않다는 평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고싶은 농장’이라는 의미와 가고파라는 가곡을 연상해서 가고팜이라는 농장으로 이름을 짓게됐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벌써 바깥은 어두워져 있었는데 그는 또다시 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날이 저물었는데 어디를 가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농사는 좋은 날도, 흐린 날도, 낮도 밤도 없는 것이 농사입니다. 제 발자국 소리를 그들은 항시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발치에 그를 닮은 그의 그림자가 조용히 뒤따르고 있었다.



박노중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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