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파머] 과학온실이 일궈낸 기적 '아람농원' 김인수

'아람농원' 김인수 (44 경북 경주)
임지혜 기자 2020-02-07 17:54:00
[스마트에프엔=임지혜 기자]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팜’이 우리나라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 팜 보급은 농작업이 지닌 시간적·공간적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 농부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한다.

이는 우수한 인력, 특히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귀농 8년 차 김인수 씨가 그증거다.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아준 스마트 팜

“스마트 팜요? 저에게는 가족을 돌려준 고마운 존재죠.”

경주~포항 간 7번 국도 강동대교 인근 너른 들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비닐하우스. 여름 볕을 받아 한창 익어가는 벼 이삭 사이로 자리한 비닐하우스는 좀 생뚱맞았다. 그러나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갑절은 커 보이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기운이 덮쳐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풍광. 미래 사회의 대형 농장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방문자를 단번에 ‘호기심 천국’으로 이끄는 이곳은 올해로 귀농 8년 차를 맞은 김인수 씨(44)와 그의 아내 윤옥희 씨(43)의 사랑이 여무는 ‘아람농장’이다. 거친 도시 노동자를 웃음 많은 농부로 만들어 준 인생 전환의 공간이기도 하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김 씨는 부산에서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전기 기술이 있어 벌이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수개월씩 타지를 떠돌며 공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하나밖에 없는 딸이 밉다며 ‘나가라’고 투정을 부렸다. 외지에 나가 있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걱정도 커져 갔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해서 그동안 모은 돈으로 땅을 사고 경주로 귀농을 했다.

처음에는 노지에서 시금치와 대파 등을 키웠다. 하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온종일 매달려도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함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먹고살기가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어느 날 태풍이 한번 불면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아내와 함께 땀흘려 일한 시간이 하늘의 심술로 엉망이 되는 일이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 다시 ‘이것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눈길이 비닐하우스로 쏠렸고, 경주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받고 선진 농가를 견학 하면서 ‘토마토 수경재배’에 마음이 꽂혔다.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토마토 수경재배’로 돌아선 후 마침내 자신은 물론이고 아내의 얼굴과 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거기에 스마트 팜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마디로 스마트 팜이 ‘힘들고 어렵게 농사짓던 시대’를 끝냈죠. 자동화 시스템이 식물의 생육환경을 좋게 만들어 수확량이 크게 늘고, 위생적이어서 무공해 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하죠. 요즘에는 딸이 친구들을 데려와 자랑할 정도예요.”

아람농장은 내·외부가 과학의 옷을 입고 있다. 우선 바깥에는 ‘외기기상대’가 있다. 햇빛의 양을 재는 일사량계, 비의 양을 측정하는 강우계, 바람을 파악하는 풍향·풍속계 등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온도·습도 등을 제어하는 실내외환경 센서가 눈에 띈다.

작물생육환경제어시설과 관수·양액 등 관수관리장치도 보인다. 이를 통합 관제하는 사무실도 마련돼있다.

과학온실이 일궈낸 기적

3,300여㎡의 온실 바닥은 방수포로 덮여 있어 아무리 걸어 다녀도 신발에 흙 한 점 묻지 않는다. 바닥에는 또 1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공급하는 지중냉온풍기 외에 겨울철 하우스 온도유지를 위한 온수난방 장치 겸 토마토 운반 장치인 ‘튜브 레일’도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6월 중순 씨를 뿌려 자란 어린 토마토를 8월 중순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은 후 10월 말 수확하기 시작하면 이듬해 7월 말까지 토마토가 쏟아진다. 3,300여㎡에서 나오는 양이 무려 80톤에 이른다.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로 토양 재배를 하는농장보다 4배 정도 높은 생산량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 스마트 팜이 만들어 낸 성과는 아니다. 수경재배 자체가 토양 재배보다 생산성이 높다. 그런 기본 시설을 갖추기 위해 5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김 씨는 자부담 1,000만 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지원금 1,000만 원을 더해 스마트 팜 설비를 갖췄다.

그리고 ‘기적’은 그 후에 일어났다. 5억원짜리 시설에 2,000만 원의 스마트 팜이 더해졌을 뿐인데, 전체 생산량은 30%가량 늘었다. 게다가 투입되는 노동력은 김 씨 부부와 김 씨의 어머니 등 3명이 전부일 정도로 팍 줄었다.

그뿐 아니다. 스마트 팜을 통해 최적의 생육환경이 갖춰지면서 상품의 품질이 아주 좋아졌다. 이전까지 20% 가까이 나오던 등외 상품이 5%대로 뚝 떨어졌다. 일손은 주는 대신 생산량은 늘고 품질까지 좋아지는 ‘스마트 팜의 기적’이 이뤄진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그는 스마트 팜 도입 2년 만에예찬론자가 됐다. “스마트 팜이 아니면 농사의 미래는 없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토마토는 습도에 아주 민감해요.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감기’에 걸리죠. 그런데 습도라는 것이 단순히 햇빛 조절 등만으로 관리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것을 사람이 일일이 감으로 대처하기는 불가능해요.하지만 스마트 팜이 만들어 준 데이터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금방 알 수 있어요. 그것이 스마트 팜의힘이죠.”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공부는 필수 조건

김 씨는 자신이 현재 갖춰 놓은 스마트 팜 설비의 기능 중 30%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오랫동안 스마트 팜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도 50% 정도만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스마트 팜 설비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면 앞으로 생산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무엇보다 ‘공부’를 강조한다. 키우는 작물 자체에 대한 공부는 기본이고, 설비에 대한공부도 필요하고, 작물을 둘러싼 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토마토를 많이 생산해도 그즈음에 전국적으로 토마토가 과잉생산됐다면 제값을 받을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에서 어느 시기에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스마트팜 설비를 활용하면 출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헛농사를 지은 셈이죠. 따라서 농사짓는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합니다.”

국산 제품으로 꾸는 성공의 꿈

아람농장의 스마트 팜 설비는 국산 제품이다. 예전에는 외국산이 좋다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렇지 않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특히 김 씨는 국산 제품을 많이 써야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국산 스마트 팜 설비 전체가 좋아지면 우리나라 농업 또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

스마트 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김 씨는 내년에 지금 크기만큼의 비닐하우스를 하나 더 짓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그는 예비귀농인들에게는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선 자신과 어떤 작물이 궁합이 맞는지 생각해 보고, 그 작물을 키우는 농가를 찾아가 몸으로 경험부터 하라고 들려준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여러 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에 들어가 충분히 공부한 후에 귀농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마트 팜의 역할이 대단하지만, 스마트 팜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충고다. 김 씨는 “귀농할 때 10,000㎡ 정도의 대형 농장에서 토마토를 생산해 대도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죠. 그 꿈이 머잖아 실현될 것 같습니다. 그 꿈을 아내와 함께 만들어 가고

있고, 또 딸의 응원까지 받고 있으니, 지금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임지혜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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