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일저축은행 부실 대출, 감사도 배상 책임"

박상규 기자 2020-06-14 15:04:51

[스마트에프엔=박상규 기자]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금융기관 감사라도 임원으로서 기본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부실 대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제일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저축은행 전 감사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은 부실 대출을 남발했다가 201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기관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파산이 선고됐다.

제일저축은행은 2006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31회에 걸쳐 종합터미널고양에 1천20억원을 대출해줬지만 이중 760억을 회수하지 못했다.

당시 대출 규모는 상호저축은행법 기준으로 계산한 최대 한도액 547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예보는 A씨와 B씨가 제일저축은행 감사로 재직할 당시 이사들이 내준 부실 대출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와 B씨가 감사위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예보에 각각 4억원과 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저축은행 임원들이 차주의 신용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담보가치도 부족한 대출을 해줬음에도 감사위원으로서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와 B씨는 대출 승인 서류에 서명할 때에는 이미 대출이 끝난 상태라 관리가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당시 감사위원이 경영진의 대출 의사 결정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대출 승인 전에 서류에 서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감사위원은 '불법·부당한 대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때'만 조사 의무를 부담한다는 판례도 인용하며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한 A씨와 B씨가 부실 대출 정황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며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제일저축은행 직무 규정상 1억원 이상 대출에 상근 감사위원이 내용을 사전·사후 검토하게 돼 있음에도 부실 대출 서류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출서류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검토했다면 각 대출이 충분한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이뤄지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위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A씨와 B씨를 포함해 부실 대출 책임이 있는 12명의 전 제일저축은행 임원에게 총 43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박상규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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