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25일 첫 고비… ‘가처분’ 인용되면 모든 노력 수포로

김진환 기자 2020-11-23 10:58:1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반대를 위해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25일 첫 심문기일을 맞게 돼 그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반대를 위해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25일 첫 심문기일을 맞게 돼 그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하는 항공사 초유의 ‘빅딜’의 향방을 가를 첫 재판이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5KCGI(강성부 펀드)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소송을 낸 KCGI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산은이 주도한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기 위한 현금 마련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함께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에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빌렸다고 최근 공시했다. 금융회사 10여 곳에서 710억원을 빌렸던 계약을 해지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로 확보한 자금은 약 590억원으로 추산된다.

KCGI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진칼에 투자할 준비를 마쳤는데 산업은행의 선수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KCGI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사실상 인수자금 확보가 어려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해야 한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만에 하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CGI를 중심으로 한 3자 주주연합 측 지분율은 46.71%,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 41.4%에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약 10.7% 확보하게 되면 전세는 역전된다.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무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든든한 우군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으며 견고한 경영권을 갖게 된다.

법원이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판례만 놓고 보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 소지가 있다. 또 한진칼 이사회가 주주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KCGI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법원이 신주 발행이 경영에 시급하게 필요했는지 아닌지 판단에 따라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내달 2일이 산업은행이 한질칼 유상증자 납입 마감일임을 고려하면 법원이 1일까지는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제22차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 사장은 관광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제22차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 사장은 관광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자 주주연합은 지난 20일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한 상태다. 주주들에게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것이 뻔하고, 법원 명령으로 재소집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올해를 넘기게 돼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판단 여부도 변수다. 이미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합병의 시장 독과점 위험성을 살피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저가항공사 등의 계열사를 포함해 총 62.5%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양사 합병 이후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되면 본격적으로 합병 이후에도 외국 항공사 등 경쟁사업자가 충분한지 아닌지, 신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가능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결국 합병의 마무리는 공정위 손에 달렸다.

합병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을 지원하는 대가로 조 회장에게 ‘고용 유지’ 각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노조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구조조정을 원천 차단할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정부에 주문한 상태다.



김진환 기자 gbat@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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