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상장' 크래프톤…'고용불안'에 떠는 직원들은 "극단적 선택 충동" 호소

정규직도 프로젝트 실패하면 계약직되는 구조…기업가치 30조원 목표로 내년 코스피 상장 추진
정우성 기자 2020-11-25 08:56:51
크래프톤 직원들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다는 호소를 블라인드에 올렸다. (사진=Pixabay)
크래프톤 직원들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다는 호소를 블라인드에 올렸다. (사진=Pixabay)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은 내년 5월 코스피에 상장을 추진한다. 상장 후 기업 가치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대표 게임 개발사로 자리 매김한 회사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상장을 서두른다. 내년 5월이 목표이며 늦어도 6~7월에는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최고치를 찍은 실적이 꺾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도 한 물 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중국에서 매출이 줄고 있다. 크래프톤은 오래 전에 상장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협력 관계에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계획을 밝히자 이를 미뤘다. 배틀그라운드 국내 배급은 카카오게임즈가 맡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상장하면서 흥행을 거뒀다. 배틀그라운드 실적이 가장 좋았던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가치 30조원을 목표로 하는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데 유리한 환경이 됐다.

한편 현직 개발자들 사이에서 크래프톤의 근무 환경은 악명이 높다.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뛰어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크래프톤 개발자들의 처우 문제는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개발 중단되면 계약직 전환되고 감봉

크래프톤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이 없다는 것에 가장 불안을 느끼고 있다. 크래프톤에는 '리부트(Reboot)'셀이라고 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 이는 한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기존 팀 인원들이 모이는 곳이다.

리부트셀은 인재 풀이다. 다른 팀에서 리부트셀에 있는 직원들을 데려가면 전환 배치가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리부트셀에 들어갈 때 이미 정규직 직원을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급여 삭감에 동의한다는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다른 팀 합류 못하면 해고…공채와 똑같이 경쟁해야

리부트셀에 들어가서 다른 팀에 합류하지 못하면 계약 만료로 해고되는 구조다. 리부트셀에 잔여 인원이 있어도 크래프톤은 외부 인원 대상 공개 채용을 계속한다.

리부트셀에 있는 직원이 일반 채용으로 충원하는 대상보다 유리하지도 않다. 외부 채용 공고로 모집한 인원과 똑같은 서류 전형을 비롯한 면접 등 채용 절차를 거쳐 경쟁해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

크래프톤 측은 "리부트 셀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구성원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사내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적절한 휴식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행복'은 크래프톤의 비전 중 하나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더불어 행복'은 크래프톤의 비전 중 하나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지금까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된 인원만 수백명

이런 설명과는 달리 리부트셀에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개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원인인 셈이다. 그렇게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이 수백명이라는 것이 내부 직원의 증언이다.

리부트셀에 배치된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위기감과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 충동이 하루에 몇 번"이라면서 "내가 대체 뭘 잘못 했기에 감봉까지 당해야 하지"라고 썼다.

개발이 중단되면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크래프톤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개발이 중단되면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크래프톤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크래프톤 웹사이트)
"블라인드에 글 쓰면 법적 책임"

이처럼 크래프톤 직원들의 호소는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그러자 경영진 역시 블라인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블라인드에 회사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다음 날 곧바로 전 직원에게 해당 글을 캡처한 메일이 날아 든다. "설령 진실이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문도 덧붙여진다.

이 같은 고용 불안정으로 개발 과정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개발자들이 대부분이다.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개발자들이 버티고 있기 힘든 구조다. 그런 다음 출시 이후 배틀그라운드 같은 대작이 성공하면 인센티브는 경영진과 일부 관리자들의 차지라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덕에 크래프톤은 사상 최고 매출을 찍었다. (사진=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덕에 크래프톤은 사상 최고 매출을 찍었다. (사진=크래프톤)
"야근 수당도 못 받는데 사옥 인테리어에는 비용 안 아껴"

빈약한 복지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직원들은 크래프톤에 복지 관련 비용 지급은 물론 야근수당도 전혀 없다고 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올해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를 언급한 직원은 "더럽고 치사한 것이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는 곳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계단을 10억원씩 주고 만들고 사내 어린이집 만들고 책상이며 의자 같은 집기는 화려하다"고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4차산업혁명위원회)
크래프톤 창업자는 "주 52시간제는 일할 권리 뺏어"

그러면서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과거 발언도 조명을 받았다. 장 의장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9년 10월 공개 석상에서 "주 52시간제가 노동자 건강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의도치않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장 의장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발전과 이익을 위해 주 5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년에 5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회사를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일할 권리를 국가가 뺏는 게 된다"고 말했다. 야근 수당도 없이 정규직 자리를 걸고 개발에 매진해야 하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볍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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