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기 더 어려워지는 직장인들…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한도 5천만원 이하로 축소

나정현 기자 2021-02-02 09:54:51
개인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개인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나정현 기자] 최근 마이너스통장 자금으로 실수요가 아닌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빚투·영끌족이 늘면서 은행권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 이하로 축소하고 있다.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에 이어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를 예고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 통장(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의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다.

만약 1억원의 대출이 필요할 경우 앞으로 마이너스통장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받고 나머지는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수익 창출까지 이자만 내면 되는 마이너스통장과 달리 원리금균등상환을 해야하는 신용대출은 직장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DSR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연간 총소득에서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 비중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개인별 DSR이 50%를 넘는 경우 본부 심사를 거쳤지만 3일부터 40%를 초과하면 영업점 대신 본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사용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자금 수요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축소하고 DSR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의 경우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기존 8000만원~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줄였다.

이와 같은 은행권의 대출 한도 조정과 심사 기준 강화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5~8%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정부는 관련 회의에서 목표 증가율이 높다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따라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율을 5% 안팎으로 낮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 들어 마이너스 통장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1월 4∼28일(19영업일)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총 4만3143개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200여 개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안이 나오기 전에 미리 대출받으려는 수요와 빚을 내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이 오른 비율만큼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제어가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을 놔둔 채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에서 맞추려면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대출을 조여야 한다. 소비자들로서는 올해 신용대출을 받기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정현 기자 oscar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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