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돈과 빽, 연줄을 통해 국내 대표 시중은행에 지인과 VIP 자녀 등을 취업시킨 금융권 채용비리가 끝자락을 달리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는 특권층의 자식이나 후손들에게 안정된 지위를 물려주기 위한 신분사회의 ‘음서제도’와 돈으로 자리를 샀던 ‘매관매직’ 중간쯤에 위치하는 사건이다.
지난 2017년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해당 은행의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구체적인 비리 채용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때 거론된 은행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이다. 대한민국 대표 은행은 한 곳도 빠짐없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우리은행의 경우 ‘청탁명부’를 별도로 만들어 관리에 들어갔다. 고위공직자, VIP, 임직원 자녀 등을 부당하게 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SKY대학 출신을 채용하기 위해 임원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국민은행은 “회장님이 각별히 신경”이라고 쓰인 메모가 전달된 ‘조카 손녀 채용’이 논란이 됐다.
우리은행은 가장 먼저 채용비리 수사 선상에 올랐다. 채용비리가 폭로된 이후 2017년 11월 7일 서울북부지검은 우리은행 본점 및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사건 당시 행장이었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임했다. 검찰은 2018년 2월 2일 이광구 전 우리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다. 전 부행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 인사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8개월, 전 부행장 무죄, 전 인사부장 벌금 2000만원으로 대폭 감경된다. 2020년 3월 3일 열린 대법원 판결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정확히 1년 만에 우리은행은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2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부정입사자에 대해 2월 말 퇴직조치를 실시했으며,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의 일환으로 3월 중 특별 채용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비리 대법원 최종판결과 관련된 우리은행 부정입사자는 총 20명으로, 그 중 12명은 자발적으로 퇴직했다. 우리은행은 부정입사자 조치 방안에 대한 법률검토를 바탕으로 남은 8명의 부정입사자에 대해 2월 말 퇴직조치 했다.
우리은행은 채용비리로 인해 합격하지 못한 피해자 구제방안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당시 불합격자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 구제의 일환으로 당초 채용 계획 인원과는 별도로 3월 중 20명의 특별채용을 할 예정이라며 “이번 특별채용을 통해 저소득가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대해 은행의 신뢰도 제고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가 어려운 현실도 원망스럽지만, 채용비리로 유죄를 확정받은 관련자들이 아직까지도 현업에서 활동 중인 경우가 많다.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및 인사담당자들은 원피앤에스 및 우리카드 등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에서 고문 등의 자격으로 억대의 연봉과 차량 등을 지원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번 청년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법인 벌금 500만원, 인사팀장 등 3명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전 HR본부장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종규 회장은 기소도 피했다.
신한은행은 사건 당시 은행장이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20년 1월 22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조 회장은 즉각 항소해 현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심 진행이 계속 연기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18년 2월 28일에 서울서부지검에서 은행장실 및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2018년 6월 14일 함영주 은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 아직 1심 선고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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