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평택농악보존회,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논란③···‘근로자성’ 회피 시도에 ‘집단 따돌림’까지

‘괴롭힘’ 여전한데 ‘집단이기’에만 전전긍긍

평택시 시행규칙 개정 요구에 노무 컨설팅도 진행 중
배민구 기자 2021-11-08 17:47:51
7일 강릉 오죽헌에서 열린 2021년 대한민국농악축제 흥 잔치에서 평택농악보존회 회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평택농악보존회)
7일 강릉 오죽헌에서 열린 2021년 대한민국농악축제 흥 잔치에서 평택농악보존회 회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평택농악보존회)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평택농악보존회가 지난 6월 29일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이어 지난달 4일 ‘집단 따돌림’으로 보이는 2차 가해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재차 조사를 받고 있다.

‘괴롭힘’이 ‘집단 따돌림’으로 변모한 양상인데도 정작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자성’ 판단을 회피하기 위해 최근 노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가 근본적인 해결은 뒷전이고 집단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개인의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난 여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 심각해진 괴롭힘 양상···‘집단 따돌림’ 정황 드러나

이 단체에서 괴롭힘 2차 가해가 벌어진 것은 지난달 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개선지도를 받고 괴롭힘 예방을 위한 개선 방안과 대응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평택지청은 1차 괴롭힘 가해자인 전 이사 K씨를 4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이 단체 회장도 이날 답변서를 제출하고 조만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고충신고센터 설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실시 등 괴롭힘 예방을 위해 개선 조치와 대응체계 구축을 완료했다는 보고가 무색해 진 셈이다.

2차 가해로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괴롭힘 가해자 K씨를 포함해 일부 회원들이 피해자를 집단 따돌림한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K씨는 지난달 4일 열린 전체 회원 대상 설명회 자리에서 “추후 민원이 발생될 시(외부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시) 거기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차 때 발생된 민원(괴롭힘 신고)에 아무런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2차, 3차 계속 문제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추후에 이런 민원이 들어온다면 민원인이 확인되면 그 민원인에 대해 확실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또 회원 Y씨는 “(취업규칙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컨설팅비 거의 300만원이 들어가는 건데 이 민원인 때문에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간다는 게 너무 아깝고 분하고 억울하다. 굳이 300만원을 운영비로 내보낼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은 징계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단원으로 데리고 간다? 저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M씨는 “회장님은 민원인을 감싸지 말아야한다. 보존회가 없어질 판이다. 이 문제가 다 해결한 후에도 분명히 보존회 안에서도 이건 징계나 절차가 진행돼 시시비비를 가려 정리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해자를 포함해 일부 회원들이 피해자 징계와 처벌까지 운운하며 집단 따돌림으로 보이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 ‘근로자성’ 회피 시도···평택시 시행규칙 개정 요구에 노무 컨설팅까지

일부 회원들의 이 같은 행동에는 이 단체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부적절한 판단과 행동이 부추긴 결과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괴롭힘 사건으로 근로개선지도가 내려오자 이 단체는 지난 9월 18일 회원 전체 단톡방에 ‘평택농악보존회 공지’라는 제목의 문서를 게시했다. 이 문서에는 “고용노동부평택지청에서는 본 회를 근로자로 판단해 현재까지 모든 상황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고자 현재 보존회 상황과 보존회 회원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노무사에게 컨설팅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해 고용노동부의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담당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나 이에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노동청의 판단이 옳다고 결과가 나올 경우 보존회 회원들의 전승지원금의 지급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려드린다”면서 회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했다.

단체 내에서는 괴롭힘 신고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외부에서는 근로자성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 중인 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2차 가해가 일어난 설명회 자리에서 배포된 자료에도 명시돼 있다. 이 자료에는 컨설팅 수행내용으로 ‘근로자성이 드러나는 요소 수정 및 제거’, ‘수정 및 개선해야 할 방향 제시’라고 적혀있어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성의 근거로 제시한 내부 규정과 평택시 시행규칙을 개정하기 위한 의도가 고스라니 드러났다.

최근까지도 이 단체는 평택시 문화예술과를 수차례 방문해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12조와 제15조의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 “기득권의 폭력···자구노력 기대하기 힘들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격’이라는 비난은 물론, 조례에 따라 이 단체에 법정운영비보조를 포함해 전승지원금과 경상사업보조 등 연간 보조금 약 10억원을 지급하고 있는 평택시와 평택시의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자명하다.

평택시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사무감사 전에 관계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이 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해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권단체 대표 H씨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인적이고 우발적 원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본질적 접근이 될 수 없다. 조직 내에서 벌어진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평택농악보존회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구태와 구악이 전체의 선량한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전형적인 기득권의 폭력”이라며 “내부의 자구노력을 통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존회가 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만큼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나 지방의회를 통해 외부의 책임있는 개입으로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평택농악보존회가 이른바 ‘근로자성’ 회피를 위한 노력에만 급급한 나머지 개인의 인권을 간과하는 누를 범하지 않도록 평택시와 시의회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민구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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