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유통직설]롯데호텔, '뉴욕팰리스' 인수한 거 맞나?

예약창에 한국어 서비스도 없어...호텔 인수는 단순 부동산과 매출에만 있는게 아닌 서비스와 문화 등이 있어야
김영진 기자 2021-11-30 15:13:09
롯데뉴욕팰리스 예약창에는 '예약'이라는 말 대신 '비축'이라고 적혀 있다./사진=롯데호텔 어플리케이션
롯데뉴욕팰리스 예약창에는 '예약'이라는 말 대신 '비축'이라고 적혀 있다./사진=롯데호텔 어플리케이션

[스마트에프엔=김영진 기자] 롯데호텔은 2015년 미국 뉴욕의 130여년 전통의 '더뉴욕팰리스'를 약 870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롯데호텔은 이 호텔의 이름을 '롯데뉴욕팰리스'로 바꾸면서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롯데'라는 이름을 알렸다.

롯데호텔이 거금을 들여 롯데뉴욕팰리스를 인수한 배경은 국내 호텔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메리어트나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체인으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뉴욕팰리스는 아직도 롯데호텔의 최대 인수 성공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롯데뉴욕팰리스를 예약하기 위해 롯데호텔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들어가 봤다. 그런데 롯데뉴욕팰리스 예약 창에는 '비축'이라는 말과 '비할 데 없는 사업장소, 사회적 혼례식을 위한 화려한 장소, 그리고 가족 휴가를 위한 소중한 은신처' 등 한국어지만 뭔가 이해하기 힘든 말들로 나열되어 있었다.

한국어가 너무 이상하게 되어 있어 언어를 바꾸려고 보니,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심지어 네덜란드어(Dutch)까지 서비스하고 있으나, 한국어 서비스가 없었다.

롯데호텔 홍보팀에 확인해 보니, 롯데호텔 어플에서 보이는 한국어는 구글 번역기로 자동 번역된 것이며 공식적으로 한국어 서비스는 되지 않았다.

"왜 한국호텔이 인수를 했는데 한국어 서비스는 안 되나요?"라고 홍보팀장에게 질의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롯데뉴욕팰리스의 투숙객 90% 이상이 미국 현지인을 통해서 일어나는데 왜 굳이 한국어 서비스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를 이상하게 보는 듯 했다.

내가 보는 호텔의 인수는 단순히 부동산을 사고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국의 한 문화가 호텔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만다린오리엔탈호텔, 페닌슐라호텔, 닛코호텔 등이 해외로 진출하는 건 단순히 부동산을 사고 매출을 올리려는 목적이 아닐 것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호스피탈리티의 노하우와 그 호텔 브랜드가 태어난 국가의 문화에 기반을 둔 디자인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 세계 타지호텔에서 인도의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소피텔에서 프랑스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가깝게 서울 강남의 도미인 호텔만 가보더라도, 그 호텔 내에서 만큼은 마치 일본 여행을 떠나온 듯 한 기분을 들게 한다. 아침 식사도 일본식이며, 온천욕이 있는 등 철저히 '도미인 스탠더드'에 맞췄다.

반면 롯데호텔은 글로벌 호텔 체인을 지향하면서 롯데뉴욕팰리스를 인수했지만, 거기에 부동산을 사고 롯데 간판을 단 것 이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의 전통미와 롯데호텔이 수십 년 호텔업을 해오면서 쌓아온 서비스와 식음 등을 뉴욕 맨해튼에 알리려고 노력했을까? 과연 롯데호텔이 세계에 내세울 정도의 독보적인 서비스 매뉴얼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미국인 상당수는 롯데뉴욕팰리스를 미국 호텔로 알고 있을 것이다.

전통이 오래된 미국 호텔에 손을 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인들이 뉴욕을 갈 때 예약하기 수월할 수 있도록 한국어 서비스라도 구축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은 롯데뉴욕팰리스가 한국 호텔로 아는데, 미국인은 미국 호텔로 아는 아이러니.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입구에는 성조기만 달려 있다./사진=스마트에프엔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입구에는 성조기만 달려 있다./사진=스마트에프엔
만약 중국 기업이 한국의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투숙객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며 중국어 서비스를 뺐을까? 아마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투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중국어 서비스라도 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롯데뉴욕팰리스를 투숙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인이어서 한국 호텔을 이용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호텔 입구에 태극기 정도는 달려 있겠지 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뉴욕팰리스 입구에는 성조기만 휘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호텔은 부동산업, 숙박업과 동시에 문화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진 기자 y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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