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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의 유통직설]정준호의 롯데백화점, '변화' or '무시'

정준호 대표 잇따른 외부인사 발탁...변화 필요하지만 무시하는 태도 우려

  • 김영진 기자
  • 2022-01-21 14: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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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사진=롯데
[스마트에프엔=김영진 기자]
"지금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은 매우 디프레스(우울)되어 있고 불쌍할 지경이에요. 심지어 롯데의 국치일이라는 표현까지 쓰더군요. 리더라는 자리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을)무시하고 상처 주는데 과연 개혁이 될지 의문이에요."

익명을 요구한 롯데의 한 임원이 현재 롯데백화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안타깝게 전했다. 그래도 이 임원은 "유통 명가 롯데가 예전의 영화를 다시 찾기를 바라며 처음 부임해 너무 책임감이 넘쳐서 그럴 수 있다"라며 롯데백화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롯데백화점 수장으로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대표를 발탁했다. 롯데쇼핑 창사 42년 만에 백화점 대표로 외부 출신이 발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표는 2019년 수입 패션을 하는 롯데GFR 대표를 맡다가 이번에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부사장)로 올라섰다.

신동빈 회장이 정 대표를 발탁하며 롯데백화점에 요구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조직에는 어떤 인재라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서열, 성별, 학연, 지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정 대표에게 관료화된 백화점을 쇄신해 조직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 넣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역시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 인사 영상을 통해 “조직문화는 숨 쉬는 공기와 같으며 가장 부정적인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라며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고 시키기만 하는 사람은 더 위험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윗사람 눈치만 보고 정치적으로 행동해 후배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리더, 지시만 하며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팀장, 점포를 쥐어짜기만 하는 본사 갑질 등은 사라져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자신이 한 말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을까.

오히려 정 대표는 지난달 20일 직접 사내 게시판에 올린 영상에 "이런 영상에는 댓글이 1000개쯤 있으면 좋겠어요" 등 임직원들에게 댓글을 강요하는 듯 한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적도 있다.

특히 롯데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그가 몸 담았던 신세계 출신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변화와 혁신보다는 '무시'라는 감정이 저변에 깔려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임직원들에게 하는 발언에는 롯데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정 대표는) 롯데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라며 "그럴거면 롯데에 오지 말았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가 2019년 롯데로 적을 옮기면서 '순혈 롯데인'으로부터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몰라도 대표가 되자마자 핵심 임직원들을 변방으로 보내는 보복인사를 단행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 빈자리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근무했던 임직원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변화와 혁신은 일부의 외부인사 영입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임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

신 회장이 정 대표를 발탁한 배경도 롯데의 오랜 기업 문화와 전통을 무시하면서 변화를 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 대표가 급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 롯데백화점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영진 기자 y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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