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가 하락에 '자사주' 매입 나서…"주주 환원 정책"

정우성 기자 2022-03-04 15:05:46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금융권이 지난해 벌어들인 현금을 자기 주식(자사주) 매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들어가 코스피가 8.8%나 빠지는 등 전반적으로 주가가 많이 하락한데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 환원 정책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매입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매입한 자사주는 되팔 수 있지만 소각한 자사주는 사라진다.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이 올라가 주식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사실상 주식을 배당하는 것과 같아 가장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중 하나다.

미래에셋증권도 자사주 836억원 규모를 4월까지 사들인다는 계획을 1월 공개했다. 또한 이미 취득한 자사주 1740억원 규모를 소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배당, 자사주 소각 등으로 구성되는 주주환원을 향후 3년간 조정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키움증권도 439억 5000만원 규모 자사주를 5월까지 취득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44억 5000만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이미 지난해 9월 기준 자사주 지분율이 28.36%에 달한다. 최대주주 등 지분율이 보통주 기준 14.81%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자사주가 2배 규모인 것이다.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자사주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빌려주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대신증권처럼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회사 자금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도 올해 자사주 매입 정책을 이어간다. 올해만 각각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을 포함한 그룹 내 산하 3개 상장사는 지난해 수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주가도 크게 뛰었다.

금융권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기회로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지수의 바닥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월별로 2018년 10월과 11월, 2020년 3월 지수 하락 때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두드러졌고 그때 주가는 저점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자사주는 기업에 현금이 부족하고 주가가 뛰었을 때 매각해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무조건 주가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경영 환경이나 주가 변동에 따라 공시한 것보다 자사주 매입을 적게 할 수도 있어서다.



정우성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