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코로나 이전 실적 회복에도 차입 늘려…“불확실성 대비”

코로나 이전 대비 차입금 9.7%·현금성자산 16.6% 증가…“현금 확보 주력”
신종모 기자 2022-05-02 18:05:3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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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차입을 늘려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 누계)과 이후(2020~2021년 누계) 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후 100대 기업의 매출 1666조 5000억원, 영업이익 130조원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각각 5.8%, 5.9%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삼성전자과 SK하이닉스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98개사의 매출 1228조 4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3.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0조 8000억원으로 43.4% 늘었다.

100대 기업의 투자는 149조 2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8.6%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3조 9억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11.4% 감소했다.

전경련 측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에도 우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는 업종별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18%),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수혜를 누린 업종은 투자가 증가했다. 반면 유통(85.1%), 운수·창고(23.7%), 음식료(20.1%) 등 대면 관련 업종의 투자는 크게 하락하며 위축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확대된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호실적에도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이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 6000억원이었다. 투자189조 1000억원 및 배당·이자 등 59조 5000억원으로 지출한 현금 248조 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 총차입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조 7000억원으로 9.7%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투자·배당 지출로 인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자 차입을 늘려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총 104조 1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4조 8000억원으로 16.6% 늘었다.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지난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말에는 164조 8000억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지원·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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