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뷰 플랫폼, 익명성에 기댄 악성 리뷰로 중소기업 피해 심각"

이성민 기자 2022-05-17 16:36:52
기업리뷰 캡처
기업리뷰 캡처
[스마트에프엔=이성민 기자] 기업 리뷰 플랫폼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직자들에게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고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유발하는 한편,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악성 리뷰, 허위 사실 등이 게재돼 기업의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재직 중인 회사의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블라인드’와 달리, ‘잡플래닛’은 특정 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퇴사자임을 증명하는 절차 없이 누구든 기업 리뷰를 작성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에는 재직자, 또는 퇴사자가 아닌 이가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뷰 글이 다수 발견되기도 한다.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퇴사한 이현정(31, 가명)씨는 ‘잡플래닛’을 통해 전 직장의 허위 리뷰 글을 보게 됐다.

해당 중소기업의 리뷰 페이지에는 기업과 오너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비슷비슷한 내용이 담긴 거짓 후기들이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업로드됐고 이씨가 남긴 것처럼 꾸며진 거짓 글도 있었다. 이 씨에게는 해당 리뷰가 ‘가짜’라고 확신할만한 근거가 있었다. 아직 재직 중인 전 동료에 의하면 이씨가 퇴사하기 전 혼자서 담당했던 직무는 현재까지도 공석이며 이 씨 이후로는 다른 퇴사자가 없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씨는 ‘잡플래닛’의 고객센터를 통해 허위 리뷰를 삭제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잡플래닛’으로부터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씨는 ‘잡플래닛’에서 소명자료를 요청할 시 응대할 의향도 있었다. 그러나 일 년이 다 되어 가도록 ‘잡플래닛’은 묵묵부답이었다.

혹시 신고를 접수한 뒤 ‘잡플래닛’이 이 씨에게 별도의 피드백 없이 거짓 후기들을 알아서 검증한 후 삭제했는지 확인해보니 지난해 올라온 거짓 후기들은 1년 가까이 지나서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에는 일부 기업에서 ‘별점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기가 상당수 존재한다. ‘별점 작업’은 평점이 좋지 않은 기업이 평점을 올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별점 작업’은 구직자들이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와 후기를 확인할 수 없게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이 허위로 작성한 리뷰를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초년생 등은 피해를 입고 있다. 대부분의 ‘별점 작업’은 작성일만 봐도 평소와 달리 단기간 내에 우호적인 리뷰들이 업로드됐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이 씨의 사례처럼 신고를 접수하더라도 ‘잡플래닛’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사업주의 피해 사례도 있다. 작은 IT 스타트업 A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훈(42, 가명)씨는 얼마 전까지 공황장애에 시달렸다. 김 씨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원인은 ‘잡플래닛’의 리뷰 때문이다. 한 달 전 A 기업을 겨냥한 악의적인 후기와 사업주인 김씨에 대한 조롱, 인신 모독성 리뷰가 ‘잡플래닛’에 연달아 등록되며 김씨는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해당 리뷰는 모두 자칭 ‘김씨에게 실망한 A 기업의 퇴사자’로부터 작성된 글이었다.

김씨는 ‘직원이 곧 회사고, 직원의 미래가 회사의 미래다’라는 마인드로 기업을 운영해왔으며 직원들의 편의와 복지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왔다고 자부하기에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컸다. 사실 A 기업을 포함한 많은 IT 스타트업은 직원 복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유능한 직원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약 처방, 상담 치료 등을 병행하던 김씨는 고민 끝에 창업 이후로 퇴사한 4명의 직원 모두에게 연락해 아쉬웠던 점이 있으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퇴사자들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퇴사자 대부분은 ‘잡플래닛에 A사가 등록된지도 몰랐다’, ‘우리 회사가 잡플래닛에 올라갈 정도로 성장했느냐’는 반응을 보였고 퇴사자 중 한 명은 ‘나와보니 대표님만 한 분도 없더라, 다시 일하고 싶다’며 재입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퇴사자들의 반응에 김씨는 의아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리뷰를 다시 읽어보았다. 차분한 마음으로 리뷰를 제대로 읽어보니 대부분이 김씨 개인에 대한 비난과, ‘업계에서 가장 뒤처져 있음’, ‘다른 기업에 비해 체계가 없음’ 등 회사에 대한 근거 없고 주관적인 비방이었다. 이후 김씨는 직원들과 함께 일에 몰두하며 공황장애를 극복했으나 ‘잡플래닛’에 악의적 리뷰를 등록했던 자칭 ‘A 기업의 퇴사자’는 누구였는지 끝내 알 수 없었다.

이처럼 ‘별점 작업’, ‘허위 리뷰’ 등의 사례 외에도 ‘잡플래닛’ 기업 리뷰의 부작용은 더 있다. 실제 퇴사자들이 남긴 과장되거나 감정적인 기업 리뷰도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인 피해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역시 지난해 퇴사자들이 ‘잡플래닛’에 남긴 감정적 리뷰로 인해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작년 5월 게임 방송을 진행하던 대도서관은 ‘잡플래닛에 올라온 엉클대도(대도서관이 창립, 운영 중인 MCN 기업)의 리뷰에 대해 해명하라’는 채팅을 발견했다. 문제의 잡플래닛 리뷰에서 퇴사한 직원들의 주장은 대표이사인 유튜버 대도서관이 ‘무능하고 감각이 시대에 뒤떨어진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하대했으며, 인지도와 업계 경력을 악용해 ‘갑질’을 일삼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대도서관은 유튜브 커뮤니티 채널에 사과문을 올리고 같은 날 저녁 해명과 더불어 사과방송을 진행했다. 대도서관은 생방송을 통해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를 하나하나 읽으며 해명을 시작했고 일부 직원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도서관은 생방송 과정에서 회사 운영 및 직원들과의 소통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엉클대도의 리뷰 및 직원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고 ‘(대도서관은) 대표이사로서 충분히 배려심을 가지고 부하 직원을 대했다.’, ‘부하 직원이 대표이사의 저 정도 질책도 못 견딜 거면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하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도서관이 종종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평가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퇴사자의 리뷰에 ‘직장인이 고용주에게 역량을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직원의 업무 역량도 검증하지 말고 무작정 월급을 갖다 바치라는 건가’라며 황당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대도서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퇴사 후 해당 리뷰를 남긴 이들은 모두 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었다고 한다. 이달에도 ‘잡플래닛’의 엉클대도 기업 리뷰 페이지에는 아직도 해당 리뷰들이 남아있다.

이처럼 실제 재직자, 퇴사자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허위 리뷰로 잡플래닛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일부 퇴사자가 남긴 악성 리뷰들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 등으로 인력을 수시로 충원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회사에 대한 악성 리뷰로 인해 구인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많은 20~30대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에 앞서 ‘잡플래닛’의 기업 평가를 확인하는데 대부분 평가가 좋지 않은 기업에는 입사 지원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잡플래닛’ 측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출된 리뷰가 자체적인 심사 후 등록된다고 설명하지만 리뷰 등록 심사가 어떤 기준으로 진행되는 지에 대해 기업으로선 알 길이 없다.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부풀려진 악성 리뷰나 허위 사실이 담긴 리뷰들도 별도의 제재 없이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 페이지에 등록되곤 한다. 등록된 리뷰가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노출부터 기타 권리 침해, 기업기밀 누설 등에 해당할 경우, 기업은 ‘게시물 차단 신청’ 절차를 통해 삭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악성 리뷰를 신고하더라도 ‘잡플래닛’의 자체 검토 과정 이후 해당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시에는 신고에 대한 피드백조차 받을 수 없다. 결국 ‘잡플래닛’이 리뷰를 검토하는 기간동안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등의 피해는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며 ‘잡플래닛’의 판단에 따라 리뷰가 삭제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가 신뢰성을 갖추고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플랫폼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 및 허위 리뷰 신고 시 신속하고 투명한 후속 대처는 물론, 재직자, 퇴직자 등이 실제로 해당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지, 혹은 근무한 적이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구직자들은 ‘잡플래닛’의 리뷰가 주로 기업의 특정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고 퇴사하는 이들에 의해 주관적으로 작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후기를 배제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성민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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