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산업계 정상화 언제쯤?

산업계 전반 물류 정상화 돌입…하이트진로·금호타이어 부분 파업 진행
경제단체, 총파업 철회 환영…안전운임제 폐지 우려
정부 “완성형 제도 아닌 안전운임제 폐지 어렵다”
신종모 기자 2022-06-16 09:33:13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국내 물류 대란을 일으켰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지난 14일 철회함에 따라 물류 운송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파업 종료와 별개로 개별 파업을 이어가는 곳도 있어 물류 정상화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에 가담했던 노조원들은 지난 15일부터 현장으로 복귀하며 멈춰있던 운송 업무가 재개됐다.

노조원들은 각 지역본부 또는 지회별로 마무리 집회나 해단식을 갖고 일제히 현장으로 복귀했다.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따르면 현재 터미널의 물류 차량 흐름은 총파업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 트레일러와 화물차량이 수시로 오가고 있어 수도권 물류 소통은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운송되지 못했던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며 “우선 긴급한 물량부터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항만 컨테이너 터미널도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전남 광양항에서는 전날 협상 타결 직후부터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 이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태다. 그동안 광양항 정문과 배후단지를 둘러싸고 있던 화물차량 수백대 모두 철수했다.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역시 타결 이후 화물 반·출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평택항도 부두 운영이 정상화하고 물량이 정상 반출입되고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총파업 기간 화물 반출입량이 평소 대비 10∼20%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철회 이후 매우 분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며 “화물차들이 터미널에서 계속해 화물을 반출하고 있어서 주말 정도면 장치율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도 총파업 철회 이후 그동안 중단된 제품 육상 운송을 지난 15일 오후부터 재개하고 16일 오전부터 선재공장 4곳과 냉연공장 1곳을 모두 정상 가동한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의 선재·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포스코의 하루 육상운송 물량 3만 5000톤의 출하가 중단됐다.

3일간 생산 중단에 따른 생산차질 물량은 선재 약 2만 3000톤, 냉연 약 1만 3000톤으로 총 약 3만 6000톤이다.

광양제철소도 공장 내부에 쌓여있던 철강 제품 수십만톤이 반출을 시작했다.

포스코는 수리 일정 조정 및 증산 등을 통해 애초 계획된 물량을 생산해 고객사 공장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공급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철회됨에 따라 하루 6000대가량을 생산하는 울산공장 라인이 모두 정상화됐다.

그러나 기아 광주공장은 총파업 철회에도 완성차들의 재고 많아 일부 사무직원들이 다른 차고지로 개별 운송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생산라인이 모두 정상 가동 중이고 완성차를 외부 출고센터 적치장으로 빼내는 탁송 작업 역시 원활하다”며 “다만 그동안 쌓여있는 제품을 반출하기 위한 화물 운송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당분간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에도 여전히 개별 파업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여전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이천·청주공장의 제품 출고율은 평시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전날 오전 현재까지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에서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시위하며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화물연대 소속인 이들 차주는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수양물류와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장별로 조합의 요구사항과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새로운 물류 업체와 운송 계약을 맺으며 인력을 충원한 바 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도 사측과 단체교섭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으로 화물연대 총파업이 철회됐다”며 “하지만 곳곳에서 개별 파업이 진행되고 있어 물류 완전 정상화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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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총파업 철회 환영…안전운임제 폐지 ‘글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하고 운송 현장에 복귀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만 정부가 화물기사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한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경련은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운송현장에 복귀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번 집단운송 거부 행위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토론보다 집단행동을 앞세운 것으로 절차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진 운송거부는 국가 물류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산업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이 됐다”면서 “향후에는 합리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온 국민이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이제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한 만큼 조속히 현장에 복귀해 물류정상화에 더욱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상의도 “국가 경제에 2조원 대의 막대한 손실을 남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산업계 전반에 더 큰 피해로 확산되기 전 철회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된다”며 “그러나 기존 합의사항인 올해 말 안전운임제도 일몰이 지켜지지 않고 그동안 제기해왔던 운영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운임 일몰제는 정부가 아닌 국회의 결정사안인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화주에게 일방적인 부담이 되는 안전운임제도의 지속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협회는 “지난 8일간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주요 산업과 수출이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화물연대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산업과 수출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 입법 논의 때부터 안전운임제가 화주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면서 “시장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운임제는 기업의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국제 경쟁력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많은 연구 필요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3년 일몰제인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 과적, 과속 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지난 15일 “정부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제도가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완성형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명소 차관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컨테이너 경우에는 규격화돼있으나 그 외 나머지 품목은 화주도 많고 규격화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입법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연구용역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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